[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군중이 공포에 질렸을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


'큰 손' 중국의 역발상 투자가 관심을 끈다. 유럽의 재정 불량국이 투자자들 사이에 대표적인 기피 대상으로 꼽히는 가운데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

그리스의 인프라와 은행 지분 투자를 추진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중국이 이번에는 스페인 국채를 대량 사들였다. 시장 신뢰가 회복되자 이른바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채 시장에 직접 개입,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 매입 규모를 크게 줄였다.


◆ 스페인 국채 10억유로 '베팅' = 중국이 재정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의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유로존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지난주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면서 두 달 만에 유로존 주변국의 구원투수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지난 8일 스페인 국채발행 입찰에 참여해 4억유로(미화 5억달러)의 10년 만기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국채 입찰에서 60억유로 모집에 145억유로에 달하는 응찰 물량이 몰린 가운데 SAFE는 10억유로어치를 주문했고 그 중 4억유로 매입에 성공한 것.


이와 관련, 마이크 아메이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시아의 '큰 손'이 유로존 금융시장으로 돌아온 것은 유로존에 대한 큰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며 "SAFE의 이번 입찰 참여는 적정한 가격에 이뤄진 옳은 거래이고, 스페인을 구제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주 스페인 국채 발행 성공 소식은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로 이어졌다. 유로존의 위기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스페인이 발행한 60억유로 국채 가운데 3분의 2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매입했고, 14%를 아시아 투자자가 매입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 가운데 SAFE가 매입한 물량은 절반에 달한다. 앞서 스페인이 지난 1월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 했을 때 아시아 투자자의 매입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달부터 그리스 정부와 해운·물류·공항 산업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수십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또 그리스 민간 기업과 합작회사 형태의 제휴도 추진중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평가받는 그리스 해운업과 제휴를 통해 기술을 이전 받는다는 복안으로, 5억유로 가량의 용선 및 조선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 ECB 채권 매입 대폭 축소 = 재정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불량의 채권을 직접 매입,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ECB는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안을 포함해 각종 처방에 위기가 진정되는 한편 예기치 못했던 중국의 투자로 시장 신뢰 회복에 자신감이 생기자 채권 매입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ECB가 사들인 불량국 채권 규모는 10억유로. 매입 규모는 앞서 3주간 매주 40억유로 내외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 5월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한 주 동안 첫 매입 규모는 165억유로에 달했다.


시장 관계자는 ECB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종료하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PIGS의 디폴트 우려가 한풀 꺾인 데다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신에 따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장 개입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채권 매입은 악셀 베버 정책위원을 포함한 ECB 내부 정책자들 사이에 거센 논란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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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이와 관련, 종료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을 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시간을 벌자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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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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