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고위험-고수익'형 벤처 농업기술 모집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씨 없는’ 수박을 뛰어 넘어라.


故 우장춘 박사의 뛰어난 농업 원천기술 개발과 실용화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농업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우장춘 프로젝트의 핵심은 '고위험 고수익형'에 있다.


농업은 물론 농업과 관련있는 분야 연구진이 마음껏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구할 수 있도록 예산과 시간에 자율성을 부과하는 위험성을 감수하지만 엄격한 평가를 통해 연구 결과의 파급효과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기존 농업 연구가 1∼3년 내외의 기간에 연간 예산이 1억원에 불과하던 것을 우장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팀에게는 5년이라는 시간과 연간 10억원이라는 파격적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씨없는 수박, 우장춘박사가 개발한 게 아니다


우장춘하면 떠올리는 ‘씨 없는’ 수박은 사실 우 박사가 개발한 것이 아닌 지난 43년 일본의 기하라 히토시가 처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없는 수박을 말할 때 우 박사가 기억된 것은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우 박사가 국내에서 개량한 무, 배추 종자를 보급했지만 정작 농민들은 일본에서 밀수입한 종자만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사용해온 일본종자에 대한 믿음과 함께 우리 종자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자칫 선례가 없는 국내 종자를 사용해 농사를 짓다가 망하면 1년 농사가 무용지물이 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모험을 하려면 농민들이 없었다.


이에 우 박사가 ‘씨없는’ 수박을 농민들 앞에서 시식하고, 이렇게 씨없는 수박을 만들 수 있는 육종기술을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후 농민들은 우리가 만든 종자를 믿고 파종하게 됐고, 각처에서 우 박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우 박사 스스로 자신이 개발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대중들이 그들 최초 개발자로 인식하게 됐고, 결국 한국에서는 우 박사가 씨없는 수박을 처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됐던 것이다.


농진청이 우장춘 박사를 명명한 농업기술 프로젝트를 공모한 것은 이처럼 우 박사가 농업에 차지한 우상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육종학자였다. 특히 일본에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종의 합성’은 세계생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종의 합성을 실증한 이 논문은 배추속 작물의 게놈분석은 다윈의 진화론에 나오는 ‘종이 자연도태의 결과’로 성립된다는 설에 보충한 것으로 현재 ‘우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이론은 세계 육종학 교과서에 예외없이 인용되고 있다.


1950년 귀국해 그동안 일본에 의지하던 무, 배추와 같은 채소종자들이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게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4년 만에 무와 배추의 원종 종자를 39석(약6840L)생산하는데 성공해 57년에 드디어 국내 자급이 가능하게 됐다.


국내에서 수확되는 씨감자가 바이러스병으로 인해 수확량의 50-80%정도에 그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병이 없는 씨감자 원종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기 위한 시험지와 채종포를 강원도 대관령에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제주도 서귀포 동흥리에 감귤을 재배하는 기술연구를 시작해, 오늘날 감귤 재배기술을 체계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우 박사의 종자 독립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사례 한 가지. 지난 59년 십이지장궤양으로 국립의료원에 입원했을 당시 악화된 병세에도 불구하고, 그때 한창 실험 중이던 ‘일년에 두 번 수확이 가능한’ 벼를 비닐봉투에 넣어 링거병을 거는 파이프에 묶어 놓고 관찰할 정도였다.


농진청은 우박사가 단지 기술개발에만 나서지 않고, 실용화에도 적극 힘쓴 점을 기리기 위해 ‘우장춘 프로젝트’에도 파격적인 지원과 함께, 연구진행과정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기존 연구가 해마다 두 차례씩 실시하는 것과 달리 2년 후 엄격한 중간 평가만을 받도록 했다.


오는 26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획과제 주제를 공모하고 수행할 연구과제의 2배수에 대해 국제 연구 성과와·지식재산권 동향, 연구추진전략 등을 조사하는 과정을 2∼3개월 거친 후 최종적으로 연간 3∼4개의 연구 과제를 선정할 방침이다.


선정된 연구과제는 단순히 농진청 연구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가까지 포함시킨 연구팀을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AD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10년간 399억원의 예산으로 우장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연구 완료 후 과제당 최소 3000억원의 파급효과와 기술이전료 1억원 이상, 세계 자연과학 3대 학술지인 싸이언스, 네이쳐, 셀 등에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