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새해 초에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은 1~5cm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25.7cm의 폭설이 내렸다. 100여 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예보를 잘못한 기상청에 거센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날씨가 직ㆍ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데 예상하지 못한 날씨 변화로 곤란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예보를 잘못한 기상청이 비난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어렸을 적의 기억에도 일기예보는 잘 맞지 않았다.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라디오의 일기예보와 반대로 예상하면 오히려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요즈음같이 기상캐스터의 해설은 물론 들을 수가 없었다. 당시의 잘 맞지 않은 일기예보는 우리와 소통이 없었던 중국으로부터 기상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었다.

그 이후 언젠가부터 일기예보가 참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중국으로부터 정보를 원활하게 입수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일기예보와 반대로 생각해야 맞을 정도는 아니었고, 그 이후에 정확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요즈음에는 예전과 달리 중국으로부터의 정보는 물론 인공위성과 슈퍼컴퓨터 등 최신 장비의 도움과 그동안 기상에 관해 축적된 상당한 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정확도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내일의 일기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일기예보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기예보가 정확하려면 예보를 하기 위해 전제하는 조건들, 이를테면 바람의 방향, 습도,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분포와 움직임, 기압골 등등의 조건들이 내일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러이러한 조건들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내일의 날씨가 이렇게 예상된다는 식으로 예보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즉 특정 날씨를 나타나게 하는 기상 구조가 변하는 것이다. 그런 구조 변화를 우리 인간이 잘 알기 어렵다는 데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 첫 번째 이유가 있다.


더욱 난감한 문제는 특정 날씨를 나타나게 하는 결정 요인들에 대해 우리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항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모르는 범주에 속하는 모르는 것들(unknown unknowns)'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인간이 알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 이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기예보가 정확하면 좋겠지만, 정확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지식과 이성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기상청에 대한 이해가 한결 더 높아질 것이다.


일기예보와 마찬가지로 경제 전망이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끊임없이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상쇄되기도 하고 증폭되기도 하여 경제의 진행 방향과 행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목격하는 경제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 경제구조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기예보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경제구조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의 지식과 이성의 한계 문제가 경제 전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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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내일의 날씨와 경제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은 당연한 것이다.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더라도, 이를 우리 인간이 가진 이성의 한계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틀린 예보에 대한 분노를 훨씬 더 가라앉힐 수 있고, 기상청에 대해 좀 더 관대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전망 기관에 대한 불평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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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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