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위기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끝난다."


지난 4월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2009년 상반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한 말이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확대 등 기업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문이 늘고 있어 부담이 크지만 위기극복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일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처럼 2009년 은행권은 어느때 보다 위기와 고통이 많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은행장들은 유례없는 금융위기 타파를 위해 직원들에게 특유의 화법으로 전략을 은유적으로 내세웠다.


올 해의 경우 상반기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 하반기에는 은행영업대전에 무게를 두고 행장들은 고사성어에 빗대 각자의 색깔에 맞는 화법을 다뤘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경우 대표할만한 고사성어가 호시우보(虎視牛步)다. 국민은행장 취임한 이후부터 '호랑이의 눈으로 살피되 황소의 발걸음으로 신중하고 끊임없이 길을 간다'는 호시우보를 강조했다. 꼼꼼하고 신중한 그의 성격을 대변한다.


이달 초 창립 8주년 기념사에서 강행장은 "큰 것이 작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는다" 며 손자병법의 경구를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신한지주 사장으로 취임한 신상훈 사장은 취임사에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위기에 직면한 만큼 '응형무궁'(應形無窮ㆍ변하는 상황에 맞춰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의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달라"고 당부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ㆍ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 하면 전쟁에 이긴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백순 행장은 지난 4월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인용, '시계제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기본을 강조했다. 꾀를 자랑하는 여우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슴도치를 공격하지만 고슴도치는 몸을 말아 저항하는 '단순한' 전략으로 여우를 물리친다는 대목이다. 이처럼 그는 불확실한 시대에 직원들의 힘을 합쳐 내실을 꾀하는 발언을 많이 한 점이 두드러진다.


올해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기도 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 1월22일 한 초청 강연회에서 후한서 제오륜전에 나오는 '일야십기'(一夜十起ㆍ하룻밤에 열 번도 더 일어난다는 뜻)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하룻밤에 열 번 일어나 환자를 돌본다는 일야십기의 자세로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한편 올해 금융계 비운의 인물로 기록되고 있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평소 화려했던 언변처럼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와 관련해 많은 의미를 내포한 말을 했다.


지난 9월 강정원 국민은행장 부친상 빈소에서는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버클리대 교수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내용을 언급하며 "덫에 한번 걸리면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로 자신의 현재 심정을 우회적으로 고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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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9월 30일 KB지주 회장 퇴임식에서는 북송의 유학자 정호(程顥)가 남긴 시구 중 정관자득(靜觀自得ㆍ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을 볼 때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이란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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