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제 현대화 통한 활성화 초점
신탁 당사자 자율성 대폭 강화
수탁자 의무 강화ㆍ수익자 권리 현대화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한 '신탁법 전면개정안'은 신탁법제의 현대화와 이를 통한 신탁제도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수익증권 발행신탁 제도의 도입과 신탁사채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한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유한책임신탁제도의 도입과 다수 수익자간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등 신탁제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탁 당사자 자율성 확대


개정안은 위탁자가 스스로 수탁자임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신탁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 공정 증서 작성을 효력발생요건으로 했다.


또 위탁자의 채권자 등이 부당하게 설정된 자기신탁의 종료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단독 해지권을 보류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신탁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탁자가 유상으로 신탁을 인수하거나, 수익자가 유상으로 수익권을 얻었을 경우 수탁자와 수익자가 나쁜 의도가 없으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수탁자의 임무가 끝나는 경우에 미리 신탁행위로 다른 수탁자를 정해 놓지 않으면 수익자를 위해 임시로 신탁재산을 관리할 신탁재산관리인도 둘 수 있도록 했다.


◆수탁자 의무 강화


수탁자의 의무는 대폭 강화했다. 우선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에, 고유재산을 신탁재산에 귀속시키는 행위 등의 자기거래행위 등을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위탁자가 미리 허용한 경우나 수익자의 승인을 얻은 경우는 예외로 했다.


이에 따라 신탁 목적과 달리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 원상회복청구를 원칙으로 하고, 원상회복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도록 했다.


또 수익자가 여러 명인 신탁에서는 수익자들이 공평하게 신탁사무를 처리하도록 했고, 수탁자는 누구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했다.


수탁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도 업무처리를 공동으로 하도록 했다.


제3자에 대한 채무는 수탁자가 연대해 책임을 지며, 과실 없는 수탁자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수익자 의무ㆍ권리 현대화 = 위탁자가 사망했을 때 수익원을 얻는 수익자를 미리 지정하거나, 수익자로 지정하되 위탁자 사망시에 비로소 취득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신설, 신탁이 상속 기능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체적인 수익자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없는 경우 그리고 수익자가 행위능력이 없거나 여러 명일 때는 신탁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탁에 대한 감독권 등 공익적 성격을 가진 권리와 재산적 권리에 대해서는 신탁행위로도 이를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수익자 보호를 강화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신탁법 개정으로 신탁당사자의 자율성 확대를 통한 신탁의 활성화, 자산관리의 편의성 증대, 자금조달의 원활화 등이 기대된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신탁이 개발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다' 지적도 = 그러나 실무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신탁법보다는 신탁업법에 맞춰 일해왔다"며 "신탁업자는 금융투자업자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도 금전신탁의 경우 수익증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정안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주규준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도 "신탁법이 48년 만에 개정됐다는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관련 기본법을 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금융을 비롯한 일반 신탁 법체게 확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 조사관은 "법 조문수도 72개에서 145개로 늘어나면서 세분화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본 신탁법을 그대로 옮긴 것이 많아 우리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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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실무 관계자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며 "신탁업무 종사자나 분쟁 관계자 등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6월말 현재 신탁회사 수탁고는 은행 142조7000억원, 증권 36조5000억원, 보험 3000억원, 부동산신탁회사 105조7000억원 등 총 285조2000억원이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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