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물가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하반기 경기확장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정확장과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물가 인상이 이미 표면화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비상등이 켜졌다. 돼지고기ㆍ계란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곡물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가도 2일부터 5% 가량 인상됐다.

◆60년간 지속돼온 물가안정 최우선정책= '다른 것은 포기해도 인민의 살림살이는 반드시 지키겠다'며 공산당이 내건 구호가 바로 물가 안정이다. 이 정책기조는 건국 이래 지속돼왔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성장을 안정보다 우선시하는 정책기조로 바뀌면서 정부는 과열성장의 대가로 물가와의 전쟁을 치러야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복병을 만난 중국은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며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올해는 상반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풀었고 신규대출을 늘려왔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우선 경기침체를 막고 경제성장을 일궈야 한다는 주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인플레 우려가 현실로= 현재 물가지수 지표로만 본다면 문제를 발견하기 힘들다. 올들어 CPI(소비자물가지수)와 PPI(생산자물가지수) 모두 전년 동월대비 하락세다. 하지만 양적팽창 정책의 결과와 자산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하반기 물가 급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건국 60주년인 올해 10월 국경절을 맞아 인플레 조짐에 따른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당과 정부의 조치는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부터 인상된 유가에 대해 당국은 국제유가 인상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가 인상에 이처럼 외부충격이 가해진다면 당국의 물가 안정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가 안정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펼쳐지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유가 폭등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국은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변동하는 새로운 가격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벌써 올들어 6차례 가격이 조정됐다. 이 가운데 인상은 4차례로 오르내림을 반복한 중국 유가는 올들어 22%나 올랐다.


식품가격은 연중 내내 오름세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최근 돼지고기는 9주간 15.8%, 계란은 5주 동안 6.2% 올랐다.
야채 가격도 한 달 사이 10% 올랐고 1년전에 비해 30% 가량 상승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여름철 야채 가격 상승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의아해할 정도다.


하반기 곡물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돼지고기 및 계란 가격의 상승이 사료 가격을 올리는데다 올 여름 지독한 가뭄으로 북부지역 곡물생산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올 여름 랴오닝(遼寧)성ㆍ지린(吉林)성ㆍ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북부 5개 지역에서는 1억2500만무(약 830만㏊) 규모의 곡물 재배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중국 전체 농산물 수확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곡창지대다.


◆"요금 올리지 마" 당국 대책 마련= 인플레 우려가 가시화하자 중국 당국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각급 기관과 지방 정부에 생필품 및 공공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발개위는 8월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물가 억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수도 ▲가스 ▲교통요금 등 실생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잡기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월1일 국경절 연휴를 맞아 유원지 입장료 인상을 금지하기로 했고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지방 정부에는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억제하기로 했다.


◆인플레 차단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정부= 정부는 인플레 우려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서도 미세조정을 해결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제 수장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틈나는 대로 하반기 정책 변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아직까지 경제회복에 대한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긴축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중국 경제는 상반기 7.1% 성장을 달성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수출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소비가 아직 튼실하지 못해 해외 여건 악화에 따라 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수닝(蘇寧) 인민은행 부총재는 대놓고 '시장이 중국 정부의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미세조정 대상은 통화정책 자체가 아니라 통화정책 운용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시장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시장의 미세조정에 대한 폭이 달라 벌어지는 오해다.


◆미세조정 내세우며 실제론 긴축?= 정부가 겉으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미세조정을 통한 긴축 움직임은 이미 정책 운용에서 읽혀진다.
대표적인 예가 인플레와 자산가격 거품을 차단하고 부실여신을 막겠다며 내세운 신규대출 건전성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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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은 올해 총통화(M2) 증가율 목표를 발표하며 유동성 조절의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5일 공개한 '2008년 연례 보고서'에서 은행 측은 올해 M2 증가율을 17%로 잡았다. 올해 1~7월 M2 증가율이 28.4%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대대적인 유동성 긴축이 예상된다.
하반기 신규대출의 경우 상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조 위안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과잉생산을 줄이겠다며 대대적인 업종 구조조정 방침을 예고했다.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의 차원이라지만 정부로선 내심 단기적인 출구전략으로도 효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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