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L";$title="";$txt="이석근 금융감독원 전략기획본부장";$size="113,145,0";$no="2009052909310082001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얼마 전 미국 클린턴 정부 재무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의 자서전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을 다시 읽어보았다. 10여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해결의 주역이었던 그는 우리나라 금융위기 수습과정에 대해 꼼꼼히 기술하였는데 그 중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째는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경제 상황이 좋았던 우리나라까지 옮겨오리라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그렇게 짧은 시간 내 바닥날 정도로 적은 규모인지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사실 자국통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로서는 당연히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해 두었으리라 믿었을 터이다. 우리가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닌지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는 한국 경제가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 때문에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루빈 장관은 한국의 위기가 G7의 위기로 파급될 수 있음을 G7 정부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각 국 정부가 자국 은행들을 설득하여 한국의 대외채무 만기연장에 나서도록 부탁하였다고 한다. 서양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휴가 중에도 다른 나라 재무장관들에게 긴급히 전화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컸다. 즉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깊게 얽혀 있다는 개방성이 우리의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되었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을 충실히 챙겨나가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우리에게 원죄처럼 느껴지고 있는 경제의 개방성이 항상 단점만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초대형 개방국가인 미국에서 위기가 시작돼 곧바로 전 세계가 경제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미국이 G7국가를 설득하여 위기를 헤쳐 나갔으나, 지금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선발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G20 국가가 함께 위기수습에 나섰다. 이제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발 개도국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세계 GDP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G20 국가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G20국가들이 벌써 2차례나 회의를 개최한 것은 세계적인 시스템위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 보호무역주의 억제 등 세계적인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이다.
마침 우리나라는 브라질, 영국과 함께 2009년 G-20 트로이카 지도국이다. 우리나라의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을 톡톡히 인정받았고, 세계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한편 최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서는 중국·일본 양대국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수준인 16%의 분담금 비중을 확보했다. 이러한 역할은 그동안 우리가 유지해 온 개방경제 기조없이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개방경제로 인해 IMF 외환위기가 왔다면 바로 그 점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었고, 이번에도 개방경제여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 그 때문에 세계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북한 핵실험 등에도 금융시장이 큰 혼란이 없었던 데도 우리 시장이 이미 개방되어 단련되었다는 점도 도움되었을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정책당국들도 위기극복에 무척 바쁘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되새겨 볼 일이 있다. 지금까지 경제의 개방성을 생존을 위해 가야할 길로 여겨 왔다면, 이제는 세계경제의 주요 구성원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석근 금융감독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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