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공포감 뿌리채 뽑는다
신인도 제고·변동성 축소 목적
'유동성 위기설' 재발 사전차단


정부는 지난 4월 발행한 30억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국내외에서 제기된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신의 벽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추가 30억 달러의 대규모 외평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여전히 규모가 작고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달 발행한 외평채가 외화 유동성에 숨통을 트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며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을 가늠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며 단기 외화차입금을 낮추는 등 정책적 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더불어 국내은행들이 잇따라 외화 차입에 성공하면서 정부의 외화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외화표시 채권의 가산금리가 2.13%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OECD, IMF 등 해외전망기관에서 우리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지난 달 외평채 발행 시 주문규모가 발행 금액의 4배에 가까운 80억 달러에 달하는 등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하면서 대규모 발행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추가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그동안 우리 금융시장 내부에 깊숙이 박혀있던 '외환위기 트라우마(상흔)'를 해소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나온 위기설의 핵심은 외화유동성에 취약했던 시장구조에서 나왔다”이라며 “이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었던 학습효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외화유동성이 다소 악화될 경우 시장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화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한 유동성 위기설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9월 위기설이 제기된 2008년 7월과 3월 위기설이 제기된 2008년 12월 당시상황이 일부면에서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 유사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높은 단기외채 비중, 외국자금 이탈,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가 유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위기설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선 단기 외채 비중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외평채 발행 등으로 2093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세계 6위 수준이다. 총 외채는 3805억 달러이지만 선박수출 선수금, 환헤지용 외채 등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가 약 27%에 달해 유동성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화가 ‘비교환성 통화’라는 한계를 갖고 있고, 이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외화유동성 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대비체제 강화차원에서 외평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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