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으로 자본 요건을 강화해 은행이 지나치게 몸집을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른바 '대마불사'가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회사 외형을 규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린스펀은 2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드러난 것처럼 일부 금융회사가 파산시킬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질 정도로 외형이 커졌고, 이는 금융 규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는 금융회사의 자본 요건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몸집을 불리려는 동기를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금융회사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방치한 데 대해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일부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린스펀은 작금의 위기가 노련한 금융 전문가조차 제대로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리스크 관리 모델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시장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데다 정책적인 통제 시스템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 금융상품이 부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독자가 완벽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령, 부채담보부증권(CDO)의 특정 트렌치에서 부도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예측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오판으로 드러났다고 그는 말했다.
그린스펀은 경험적으로 볼 때 결국 감독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본 및 담보 요건을 정하고 외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금융권의 자본 요건을 개선하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은 금융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여신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미국 상업은행의 자산 12조 달러 중 잠재적인 손실이 1조 달러인 것으로 추정됐고, 이 중 5000억 달러를 지난해 상각했다. 그린스펀은 나머지 부실을 털어내고 여신 기능을 복구하려면 5000억 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최근 리스크 스프레드 추이를 볼 때 자산 대비 자본 비율을 과거 수준인 10%가 아니라 13~14%로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린스펀은 말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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