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독특한 이름의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올해 1월 출범한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대통령직속의 장관급 기구로,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와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해 신설됐다.
브랜드(brand)라는 용어는 원래 죄인에게 찍는 소인(燒印)에서 유래돼 낙인이나 오명(汚名)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점차 상품 가축 등에 찍는 소인으로 의미가 확장돼 상표(트레이드마크)나 특정제품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게 됐다.
세계 각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관인 미국의 안홀트사(社)가 최근 발표한 '2008 국가 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브랜드 순위는 세계 33위다. 이는 세계 13위라는 경제 규모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오는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위까지 코리아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웬지 어설퍼보인다.
국가 브랜드가 마치 작전을 짜거나 프로그래밍하는 것처럼 '생각대로' 껑충 뛰어오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브랜드는 땀과 노력이 투입돼야만 결실을 거둘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4일 폐막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코리아의 브랜드 순위 상승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표팀의 WBC 준우승 성적을 수치로 환산하면 무려 6360억원 정도의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추정치까지 나왔다.
브랜드 파워를 갉아먹는 요인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과의 대치라는 외부환경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요즘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코리아 브랜드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노사간 갈등이나 정치적 불안 등도 브랜드를 좀먹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우리 고유의 막강 브랜드를 제대로 가꾸고 지키지 못해 생기는 브랜드 누수현상이다. 'IT코리아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IT리포트 2009'에 따르면 한국의 '네트워크 준비지수(NRI)'는 지난해 세계 9위에서 11위로 미끄러졌다. 'IT강국'으로 통했던 한국의 글로벌 IT경쟁력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1월 중순 미국의 과학기술 비즈니스 전문매체인 레드헤링이 발표한 '2008 100대 아시아 IT유망기업' 순위에서 한국기업이 전년의 3위에서 7위로 추락했을때 이미 그런 조짐이 감지됐다.
한때 글로벌 경쟁력 1~3위를 오르내리던 막강 IT파워가 휘청거리자 'IT코리아' 브랜드가 실종됐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가브랜드 마케팅은 대표상품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한국의 대표상품으로는 휴대폰, 반도체, TV, 에어컨, LCD, 자동차, 조선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이 IT제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IT를 도외시하면서 국가브랜드를 높이려는 현 정부의 방침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왜 힘들여 가꾼 'IT강국' 이미지를 브랜드 파워로 연결하지 못하는가. 'IT코리아'의 위상이 갈수록 실추되고 있어 더이상 방치하다가는 오히려 'IT 약체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26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을 합친 매머드급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측면에서는 혹평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주요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됐지만 IT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추경 예산에서 방통위가 요청한 4000억원이 338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것만 봐도 방통위의 쪼그라든 위상이 실감난다.
대한민국의 강점이던 IT브랜드를 육성하기는 커녕 찬밥신세로 내몬 것은 바로 정보통신부를 폐지한 현 정부다. 결과론이지만 국가브랜드를 끌어올릴 수있는 IT의 역할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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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를 살리는 '대표팀'에는 반드시 IT가 포함돼야 한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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