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이노칩 前대표 주식매수청구권 공방 종결
대법, 권 회장 측 상고 심리불속행 기각
권 회장 개인, 판결 채무자로서 지급 책임

500억원 규모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이행 책임을 둘러싼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과 모다이노칩 전 대표 측의 법정 공방이 권 회장 측 패소로 마무리됐다. 권 회장 측은 매출 목표와 주가 조건을 이유로 풋옵션 이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조건으로 지급 의무를 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박모 전 모다이노칩 대표 형제가 권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권 회장의 패소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이 확정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권 회장은 박 전 대표에게 428억여원, 박 전 대표의 동생에게 65억여원 및 각 돈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2023년 11월부터 연 12%의 지연이자가 붙으면서, 권 회장의 부담액은 현재 600억원대 중반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 달성' 전제 못 지켰다"며 풋옵션 이행 거부

[단독]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 500억 풋옵션 소송 최종 패소[Inve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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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쟁은 2016년 체결된 '이노칩테크놀로지 주식매수약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명화학 그룹은 전자부품 사업체 이노칩테크놀로지와 아웃렛 운영업체 모다의 흡수합병을 추진했다. 이노칩테크놀로지의 박 전 대표는 당초 주식 가치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합병에 반대했지만, 주식매수약정이 체결된 뒤 입장을 바꿨다.


합의서엔 박 전 대표 측이 보유한 주식 164만4232주를 3년 후부터 주당 3만원에 매각할 수 있고, 권 회장은 풋옵션 행사 의사를 통보받은 뒤 3개월 내로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대명화학 그룹은 모다이노칩 등 서너 개의 중간 지주사를 중심으로 300여개 기업에 투자하며 패션·물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2023년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권 회장이 매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권 회장 측은 모다이노칩 전자사업부 매출 5000억원 달성을 전제로 했던 계약이라며 맞섰다. 2019년 모다이노칩 매출이 오히려 급감하고 영업적자를 봤기 때문에 풋옵션 행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法 "매출 조건 서면에 없어"…구두약정 주장 배척

1심은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식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보고, 계약서에 매출액 달성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으며 합의서 초안과 수정안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 회장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풋옵션 행사 조건이 핵심 쟁점이었다. 권 회장 측은 "박 전 대표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설령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2019년 3월 이후 주가가 3만원 이상이 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구두 약정'이 있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단독]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 500억 풋옵션 소송 최종 패소[Invest&Law]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무려 5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거래를 규정하는 합의인데, 그토록 중요한 전제조건이 서면에서 빠져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표가 2016년 권 회장 측에 보낸 이메일에 매출 5000억원 목표가 언급된 점에 대해서도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이고, 목표 매출액 달성과 풋옵션 행사 여부가 연관돼 있다고 볼 내용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오락가락' 권 회장 측 주장 지적…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항소심은 합의서 초안과 수정안에 주가가 3만원을 넘으면 풋옵션이 소멸된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는 매출액이나 주가 3만원 달성을 전제로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권 회장 측 주장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대로라면, 원고들은 행사불가능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풋옵션 자체의 성격도 짚었다. 재판부는 스톡옵션은 주가 상승 시 권리자에게 이익이 돼 임직원 성과 개선을 위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풋옵션은 이미 보유한 주식을 장래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즉, 풋옵션을 목표 매출액 달성을 위한 동기부여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권 회장 측 주장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처음엔 '2020년까지 매출 5000억원 달성'을 조건으로 주장하다가, 이후 회사 실적과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가, 다시 정확한 조건은 '주가 3만원 달성'이라고 정정했다"며 "주가는 항상 변동하는 것인데, 종가가 아닌 장중가도 가능한 것인지, 일정 기간 유지돼야 하는지 불확실해 특정된 조건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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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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