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욕망의 수레바퀴'에 올라탄 사람들[슬레이트]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시즌 2
컨트리클럽에 갇힌 자본주의의 초상
탈출구 없는 계급 피라미드, 윤회로 해석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시즌 2는 캘리포니아 컨트리클럽을 무대로 다층 위계 구조를 펼친다. 억만장자, 중산층 관리자, 하층 노동자가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생태계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자본이 공간을 장악하고, 신체를 거래하며, 영혼을 파멸시키는 현실이다.
컨트리클럽은 목가적 자연을 연상시키지만, 철저히 관리되고 통제되는 인공물이다. 회원제라는 이름 아래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며, 빈부 격차는 단순한 소득 차이가 아니라 회원과 노동자의 구분으로 가시화된다.
여기서 허드렛일하는 오스틴(찰스 멜튼)과 애슐리(케일리 스페이니)는 우연히 총지배인 조시(오스카 아이작)와 아내 린지(캐리 멀리건)의 싸움을 목격한다. 그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아 협박의 빌미로 삼는다. 회원에겐 자본과 법이 있지만, 노동자에겐 기록 장치가 유일한 저항 수단이다.
조시는 중간 관리자의 전형이다. 위로는 회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문제를 처리해 '해결사'로 통하고, 아래로는 직원들을 독려하고 동선을 조율한다. 정작 자신은 재정 파탄과 이혼 위기에 직면해 클럽 자금을 빼돌린다.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지만 산 정상에 도달할 수 없는 시시포스의 운명이다.
이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클럽 소유주 박 회장(윤여정)이 있다.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의중을 파악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녀 역시 사적인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남편 김 박사(송강호)가 일으킨 의료 사고와 은폐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성진 감독은 이를 통해 자본이 신체를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을 병치한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치료 접근권을 돈으로 거래하고, 한국 성형 산업은 미의 기준을 규격화해 판매한다. 본질은 같다. 인간의 몸을 시장의 논리로 재단한다.
박 회장은 모든 인간관계가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어나자마자 엄마한테 젖 달라고 우는 게 사람이에요. 엄마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죠. 어쩌다 남을 먼저 챙길 때도 있겠지만 그게 쉬울 때뿐이에요. 세상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질 않았거든. (중략) 자연이 만든 시스템이니까. 내가 우선인 시스템. 사랑도 이런 시스템 속에 있는 거예요."
이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통해 증명된다. 기저에는 칼 융이 정의한 사회적 가면(페르소나)과 억눌린 내면(그림자)이 있다. 조시는 완벽에 가까운 총지배인의 가면을 쓰고 폭력성과 탐욕을 숨긴다. 오스틴과 애슐리는 성실한 청년을 연기하다가 협박과 배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하나같이 견고한 시스템 안에서 외면했던 내부의 괴물과 마주하고 무너지거나 순응한다. 스스로 억눌렀던 그림자가 주인을 집어삼키는 자가당착이다.
이 시스템은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타나듯 영겁의 반복이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윤회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이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끝없이 순환하는 삶의 수레바퀴를 뜻한다. 이 감독은 이 개념을 자본주의 시스템에 정교하게 투영한다. 박 회장을 중심으로 원을 이루는 커플들이 계급과 욕망으로 연결된 수레바퀴를 형성한다. 누군가는 위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아래로 떨어지지만, 바퀴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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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윤회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았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박 회장의 말처럼 '자연이 만든 시스템'이 개인의 의지를 초월한다. 클럽은 낙원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욕망이 욕망을 낳는 지옥이다. 탈출구 없는 순환. 이것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의 초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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