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소비시대]②중간의 실종…무너진 중산층
중간 가격대 브랜드 줄줄이 철수
얇아진 중산층…소비 여력도 약화
美K자형 소비 국내 확산…내수 발목 우려
#미국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갭(GAP)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7년 한국 진출 17년만이다. 갭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라인선스 계약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인데, 국내에선 백화점 중심 영업으로 해외보다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면서 유니클로와 같은 가성비 SPA 브랜드에 밀려났다.
또 코오롱FnC는 지난해 가을·겨울(FW) 시즌 상품을 끝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과 남성복 브랜드 '아모프레'의 사업을 종료했다. 또 한섬은 지난해 말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SJYP'를 백화점과 아울렛 영업을 종료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지난해 여름 여성복 코텔로를 정리했다.
국내 소비시장이 '프리미엄'과 '초저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로 중산층의 구매력이 약화된 데 따른 이른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중산층의 소비위축)'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 경제지표상 소비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산층의 소비 감소는 내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경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재정경제부의 '2025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5.59배로 일년전(5.28배)보다 0.31배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가 1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중산층 내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더 벌어졌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은 약 60%로 2015년(59%)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기간 하위 중산층(50~75%) 비중은 약 21%에서 24% 내외로 확대된 반면, 상위 중산층(125~150%)은 7~8%에서 6% 수준으로 축소됐다.
중산층 내부에서 하위 구간 비중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흑자액'이다. 2024년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월평균 실질 흑자액은 65만8000원으로, 기존 70만 원대를 밑돌았다.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이 70만 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흑자액은 가계가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단순히 저축 여력이 감소한 것을 넘어, 외식·패션·여가 등 선택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특히 생활필수품인 아닌 경우 지출을 대폭 줄이는 '스쿠루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과 유사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상위 계층의 부가 빠르게 확대됐고, 소비 역시 고소득층 중심으로 재편되는 'K자형 구조'가 뚜렷해졌다. 실제로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약 70%를 보유하는 등 자산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소비 기반 역시 상위층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소비 여력은 약화되고 '중간 시장'은 빠르게 축소됐다.
실제 국내에서도 삼성물산 삼성물산 close 증권정보 028260 KOSPI 현재가 302,500 전일대비 2,500 등락률 +0.83% 거래량 160,210 전일가 300,000 2026.04.21 12:18 기준 관련기사 삼성물산 "신반포19·25차 조합원 전원 한강뷰…새 단지명 래미안 일루체라" 구호, 2026년 봄·여름 컬렉션 공개…‘자연 모티브’ 디자인 적용 래미안에 들어갈 'AI 주치의'…삼성물산, 강북삼성병원과 맞손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close 증권정보 031430 KOSPI 현재가 14,560 전일대비 760 등락률 +5.51% 거래량 211,773 전일가 13,800 2026.04.21 12:18 기준 관련기사 [클릭 e종목]"신세계, 백화점 산업 성장 지속 전망…목표가↑" "왜 장사가 잘 되는데~" 의류 소비 증가에 웃는 패션株[주末머니] 비디비치, 日 공략 본격화…도쿄에 첫 공식 팝업스토어 , 코오롱FnC, 한섬 한섬 close 증권정보 020000 KOSPI 현재가 25,050 전일대비 50 등락률 +0.20% 거래량 48,531 전일가 25,000 2026.04.21 12:18 기준 관련기사 "왜 장사가 잘 되는데~" 의류 소비 증가에 웃는 패션株[주末머니] [주末머니]주식 활황에 커지는 씀씀이…'이 기업' 웃는다 [클릭 e종목]“한섬, 목표주가 3만원으로 상향…이익 레버리지 시작” 등 주요 패션 기업들은 최근 매출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한섬 역시 521억원으로 17.8%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이 3.4% 증가했음에도 영업손실 11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영업이익이 30억원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이들 기업은 이른바 '컨템포러리(최신 유행을 반영한 브랜드)'로 불리는 중간 가격대의 패션 상품을 수입·제조해 판매하는 곳으로, 최근 소비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경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상위층 중심의 소비 구조는 소비의 확장성을 제한할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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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K자형 구조는 고소득층이 사회 전체적인 소비를 떠받치더라도 고용 둔화 및 신용 리스크 등은 저소득층부터 확대된다는 점에서 사회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며 "자산의존도가 높아진 사회구조상 금융시장 충격 시 급격한 소비위축과 경기하강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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