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자본 흐름' 읽어야 환율 보인다…"환율 상승=위기, 이젠 안 통해"
김희진 신한은행 S&T센터장 인터뷰
"달러 부족하지 않아…레벨보다 중요한 건 속도와 변동폭"
나가고, 들어오는 돈 예의주시…주식 영향력 특히 커졌다
"정부가 받쳐주는 大투자의 시대, 주요국 재정흐름에 환율 답 있어"
달러에 대한 의구심, 원화엔 기회…"고립보다 개방해야"
"원·달러 환율이 일방적으로 올라도 달러 쇼티지(공급 부족)를 우려할 상황은 최근 4~5년 사이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 탓에 시장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메커니즘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각국이 생존을 위한 거대한 투자에 돌입했고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마냥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도 위험합니다."
김희진 신한은행 S&T(Solution&Trading)센터장은 지난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상황을 이처럼 진단했다. 그는 2023년부터 신한은행의 딜링룸인 S&T센터를 이끌며 외환(FX)과 파생상품 거래 등을 총괄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부터 대기업 외환 영업까지 오랜 기간 시장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다.
환율 올라도 유동성 위기 없어…레벨보다 '변동 속도'가 관건
김 센터장은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염려스러운 것은 레벨 자체보다 속도와 변동폭"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변동성, 특히 환율의 단기 속도일 것"이라며 "급격하게 한 방향으로 가버리면 항상 또 크게 되돌림이 있고 그 과정에서 필요 없는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 양상에 따라 단기에 큰 폭으로 요동치는 상황은 특히 기업에 가장 치명적이라고 봤다. 김 센터장은 "기업은 24시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대응을 할 수가 없다"며 "사업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면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 믿었던 과거의 공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때는 (달러를 사고파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금리 괴리가 나타난다"며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초기 충격 이후 최근 4~5년 사이에는 환율이 올라도 그런 현상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 시기에 달러를 대거 풀었고, 국내 기업들도 은행에 달러를 많이 예치하고 있는 가운데 소위 서학개미들이 가진 달러 예수금도 작지 않은 규모"라며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원화가 약세일 때 일방적으로 당해왔던 두려움과 경계감이 아직도 남아있어 환율이 오르면 다들 불안해하고 걱정하지만 지금 외환스와프 시장은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딜러도 나스닥·코스피 본다…"자본수지, 결국은 주식 흐름"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2~3월 국내 주식을 대폭 매도한 것도 환율 변동폭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주식이 지난 1년간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쟁 충격이 이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며 "이는 당연히 원화 약세가 심화하는 데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서는 매도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향후 환율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선 외국인들의 국내 증권투자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간 균형점이 어느 정도에서 안정화될지 관찰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는 전쟁 충격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 행렬이 잠시 주춤해졌지만 국내 저성장·저금리 환경,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열풍 등을 감안하면 이런 흐름은 단기화될 성격이 아니다"며 "향후에도 구조적인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내외 투자자의 주식투자 흐름과 환율 간의 상관관계가 커지면서 현장에서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요즘은 채권 매니저도, 환율 트레이더도 국내외 주식을 모두 살펴야 한다"며 "자본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흐름, 즉 자본수지의 균형이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핵심 지표가 바로 주식"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투자의 시대…"정부, 환율 무작정 오르게 두지 않을 것"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0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이를 "굉장히 위험한 상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전통 학문에 기반한 경제학 원리로는 국제 유가가 많이 올랐고 이에 따라 환율도 크게 오르는 방향성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한 거대한 투자의 시대에 돌입했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재정 지출에 따른 건전성 관리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정책과 시장 개입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시장 논리에 따라 환율이나 물가, 또는 금리가 무한정 폭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1% 위로 오르면 국채를 계속 매입해 금리를 낮춘 일본 정부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미국도, 우리나라 정부도 하게 될 수 있다"며 "재정이 늘면서 생길 수 있는 환율 상승, 금리 상승 가능성과 이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압박이 계속 상충을 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시장의 변동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기 굉장히 힘든 시장이 돼버렸다. 과거 10~20년 전 통용됐던 논리로 3~4년 뒤를 예상해서는 대응하기가 굉장히 힘들 수 있다"며 "지금 대부분은 경제지표와 시장 움직임만 보고 있지만 시야를 넓혀 재정과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각국 정부의 재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산업의 방향, 그리고 재정을 둘러싼 정치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WGBI 편입,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원화 경쟁력 키울 기회"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화를 위해선 원화의 가치를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도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와 달리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원화는 NDF 통화(실물이 오가지 않는 역외 거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제의 용이성이나 투명성이 베트남·인도네시아 통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부가 야간시장 개장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을 통해 원화 완전 개방 시장으로 가면서 10년 전 대비 거래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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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원화 경쟁력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 김 센터장은 "한국 경제의 산업 경쟁력과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된다면 원화 주식·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외국인 투자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옛 메커니즘에 갇혀 고립을 택하기보다 개방을 통해 원화의 위상을 높여야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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