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 신드롬'과 정반대 현실…이탈리아 국립공원서 늑대 10마리 잇단 독살
이탈리아 국립공원 인근서 집단 폐사
사건 연관성에 당국 수사 착수 나서
한 무리 전체 희생 가능성도 나와
최근 국내에서 이른바 '늑구 신드롬'으로 늑대가 친근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는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졌다. 중부의 한 대형 국립공원 인근에서 늑대 10마리가 잇따라 독살된 채 발견되면서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연합뉴스TV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이탈리아 현지 보도 등을 인용해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안팎에서 최근 늑대 10마리가 연이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에 대해 소개했다.
이탈리아 중부의 한 대형 국립공원 인근에서 늑대 10마리가 잇따라 독살된 채 발견되면서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먼저 페스카세롤리 일대에서 5마리가 발견됐고, 이어 알페데나 지역에서도 5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현지 사법당국은 두 사건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공원 측과 수사당국의 초기 판단은 '독살'에 무게가 실린다. 알페데나 현장에서는 공원 소속 탐지견 팀의 조사 과정에서 독이 든 먹이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늑대 사체와 수거 물품은 모두 현지 검찰 지휘 아래 압수됐으며,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아브루초·몰리세 동물위생연구소로 옮겨져 분석이 진행 중이다.
특히 알페데나에서 발견된 늑대 5마리는 한 무리 전체가 한꺼번에 희생됐을 가능성도 나왔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체 폐사를 넘어 무리 단위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공원 측 역시 늑대 몇 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균형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파장은 늑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원 당국과 환경단체들은 독극물 사용이 늑대뿐 아니라 여우, 맹금류, 반려견은 물론 이 지역의 상징종인 마르시카 갈색곰까지 무차별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인 야생동물 범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WWF는 이번 사건을 두고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야생동물 범죄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또 최근 토스카나에서도 늑대가 살해·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늑대를 둘러싼 혐오와 허위정보가 결국 폭력적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에서 늑대는 고대 로마 건국 신화에서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젖 먹여 살린 존재로 등장할 만큼,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역사와 상징 체계 안에 깊이 자리해왔다.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사건의 배경으로는 늑대 개체 수 회복과 농가 갈등이 거론된다. 이탈리아 늑대는 1970년대까지 남획 등으로 멸종 위기 수준까지 줄었지만, 이후 보호종으로 지정되며 개체 수를 회복했다. 이탈리아 환경보호연구소(ISPRA)는 2022년 기준 전국 야생 늑대를 약 3300마리로 추산하고 있다. 늑대가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양과 염소, 젖소를 기르는 농가와의 긴장도 함께 커졌고, 현지에서는 전기 울타리 설치와 대형 목양견 투입, 피해 보상금 지급 등 공존 대책이 병행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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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사건이 벌어진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은 오히려 늑대와 농가의 공존 해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해온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번 독살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보호정책과 공존 노력 자체를 뒤흔드는 상징적 범죄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현재 어떤 독성 물질이 사용됐는지, 누가 어떤 경로로 이를 살포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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