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봄동 인기라도 좇아야"…소상공인 '눈물의 쳇바퀴'
최근 한 달 봄동 품목제조 보고 30여건
고물가·내수침체에 인기 편승 기류 심화
인기 사라지면 설비·원자재 고스란히 손실로
"복지성 아닌 경쟁력 향상 지원해야"
서울 성북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37)는 지난 3개월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최근 상시 판매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간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손님 탓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하루 두 번 한정 수량(100개)으로 판매해왔으나, 요즘엔 찾는 손님이 부쩍 뜸해져 하루에 50개도 팔리지 않는 날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윤씨가 운영하는 매장 한쪽엔 손님을 기다리는 두쫀쿠가 수북이 쌓여있다.
윤씨는 "남은 재고만 털고 나면 봄동을 활용한 새 디저트를 개발해야 할 것 같다"며 "주변 매장들이 전부 인기 있는 제품에 뛰어드는데 우리만 안 하면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주식처럼 빠르게 치고 빠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진 '두쫀쿠 열풍'이 차츰 시들해지자, '봄동' '버터떡'과 같은 음식이 소상공업계의 새로운 판매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열 경쟁과 구조화된 내수 침체 속에 놓인 소상공인들이 반짝 뜨고 지는 창업 아이템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품목 제조보고를 마친 '봄동' 제품은 30여개로 집계된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한 연예인이 과거 방송에서 봄동 비빔밥을 먹는 모습이 다시 화제가 되면서 봄동이 인기 음식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최근까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두바이' 디저트는 3개월간 200여개 제품이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 보고는 사업자가 특정 제품을 생산하기 전 정부에 제품 정보를 등록하는 절차다.
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제품이 무섭게 파생 상품으로 번지는 배경엔 생존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에 장기화한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많은 소상공인이 단기적인 유행에라도 어떻게든 편승해 매출을 일으켜야만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가운데 월평균 영업이익이 300만원 미만인 비율은 58.2%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은 월평균 300만원도 벌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면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100만8282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소문을 탄 인기 아이템은 초기엔 고가에 팔리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경쟁이 심화하면 마진 구조가 무너지며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지는 구조다. 적지 않은 투자금을 들여 설비와 원자재를 구입한 소상공인은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윤씨도 지난 1월 두쫀쿠 품절 대란으로 원자잿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당시 쟁여놓은 재료들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산 피스타치오·카다이프·마시멜로·코코아파우더 등의 원자잿값을 고려한 두쫀쿠 1개당(50g 기준) 제조원가는 약 4500원가량이지만, 지금은 6500원에 내놓은 상품도 잘 팔리지 않는다.
윤씨는 "개당 7000원에 팔아도 없어서 못 팔 때가 있었다. 그때 잔뜩 사놓은 재료들이 지금은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라며 "판매가격을 낮추자니 손실이 너무 크고 그대로 두자니 손님이 찾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뚜렷한 준비 없이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자영업 시장 구조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무조건적인 '소상공인 살리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상공인 대다수가 퇴직 이후 재고용에 실패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창업에 뛰어든 '생계형'에 해당한다. 특별한 고민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류에 편승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복지성 지원을 이어가기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