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대표 아들·며느리 등 차입금 갚는 데 쓰인 투자금
"회사와 대표 등이 투자사에 5억여원 지급해야"

투자금을 받자마자 최대주주 가족 차입금부터 갚은 벤처기업에 대해 법원이 투자계약상 '운전자금' 용도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이승원)는 국내 한 투자사가 IT(정보기술) 솔루션 벤처기업 A사와 대표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최근 "피고들이 연대해 주식매매대금 5억원과 위약벌 6000만원, 관련 이자·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상·반복적 운영비 등으로 해석해야…급박하게 갚을 이유도 없었다"

앞서 투자사는 2024년 6월 A사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 5억원을 납입했다. 계약상 투자금 사용 용도는 '시설자금, 신사업 개발 및 운전자금 등'으로 제한됐다.

그런데 A사는 투자금 납입 다음날부터 법인계좌로 자금을 이체하기 시작했고, 최대주주(대표)의 아들에게 7000만원, 며느리에게 5000만원을 지급해 차입금 1억2000만원을 상환했다. 나머지는 직원 급여 등으로 사용해 전용계좌 잔액은 9840원으로 줄었다. 투자금을 받고 약 한달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Invest&Law]투자금 받아 대주주 가족 차입금부터 상환…法 "'운전자금' 아냐, 계약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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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는 이 같은 투자금 사용 내역을 확인한 뒤 '계약내용 위반'을 주장하며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을 행사했다. 반면 A사 측은 "계약 체결 무렵, 자금 경색 문제로 주요 주주들로부터 거액의 단기 차입금을 마련해 회사 운전자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며 "이를 상환한 것 역시 운전자금 집행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1심은 투자사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운전자금은 기업이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단기적인 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원자재 구입, 임금, 판매비 등 일상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운영비용, 또는 단기간 내 이행기가 찾아오는 영업상 채무를 상환하는데 필요한 자금 등이 해당한다"고 짚었다.

"계좌에 소액 남겨 보고의무 위반 회피 꼼수도"

재판부는 "A사는 상당한 운영자금 부족 상태였다. 그 타개책으로 보유기술과 관련 사업 유망도, 장래 예상 매출 등을 홍보해 투자유치를 한 것"이라며 "운전자금을 넓게 해석하기보다는 '장래 기대되는 매출이 현실화되기까지 정상적으로 기업을 유지하거나 영업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지불을 위한 자금'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도나 대외적 영업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는 등 채무를 즉시 먼저 갚아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없는 이상, 다른 영업비용에 먼저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은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운전자금'으로 제한한 취지에 합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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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사의 진술보장 허위 등 다른 위반사항도 지적했다. 계약서엔 '회사는 이해관계인, 주주, 임직원 등과 거래 관계가 없다'고 적혀 있지만, 문제가 된 차입금이 존재했으므로 진술과 보장이 허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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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소진 후 7영업일 이내 보고의무와 분기·반기별 자료 제출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A사 측은 전용계좌 잔액이 0원이 된 9월 말을 소진 시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9840원만 남은 7월 중순을 소진 시점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극히 소액의 돈을 투자금 전용계좌에 남김으로써 영구적으로 보고의무 위반의 회피 수단을 마련하게 돼 계약 취지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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