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희귀·중증질환 치료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
1인당 약값 한해 4300만원 넘는 초고가 치료제 52종
근거 생산 조건부 급여제도·기금 신설 등 대안 제시

마땅한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없고, 신약이 나와도 너무 비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희귀·중증질환자들을 위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희귀·중증질환 치료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이 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희귀·중증질환 치료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이 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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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한 '희귀·중증질환 치료 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에서 이소영 심평원 약제성과평가실장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 결정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지속 가능한 체계적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 자체가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올해 세계적으로 발표된 희귀질환은 8000여개,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희귀질환은 1314개에 달한다.


이 중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 수의 3~5% 수준에 불과하고,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비싸거나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수다. 권영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책위원은 "희귀질환자의 95%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해 증상을 유지하거나 지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평생에 걸친 치료비와 돌봄비용으로 가계가 파탄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이 붕괴된다"고 호소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 가운데 환자 1인당 연간 43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약제는 지난해 기준 52개다. 이 중에는 평생 한 번만 맞으면 평생 효과가 지속되지만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전자 치료제도 있다.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탓에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 일부 분담하기도 하지만 의료에 투입될 수 있는 국가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와 재정건전성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일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환자에게 언제까지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도 고민이다. 유한욱 분당차여성병원 교수는 "명확한 치료 중단 기준 설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시급하고, 희귀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안으로 언급된 것이 '근거 생산 조건부 급여 제도'다. 이 실장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는 등재 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이 불확실하더라도 사후 평가를 조건으로 급여해 환자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후 치료제에 대한 근거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처럼 희귀·중증질환자를 위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예외로 적용하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을 별도 재원으로 분리해 제약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재평가 결과에 따라 보험급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2022년 혁신의약품기금(IMF)을 도입,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희귀질환에 대해선 제약사 부담으로 환자가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희귀질환기금을 운영해 5년 단위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 중이다. 호주에선 '생명구조의약품 프로그램(LSDP)'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은 있으나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로 결정된 초희귀질환 고가의약품에 대해 제약사나 의사가 환자 지원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무상 공급하고, 2년 후 재평가한다.


권 정책위원은 "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희귀질환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세워 기금을 조성하고 안정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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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있어도 비용 감당 못해… 희귀질환자 지원할 별도기금 필요" 원본보기 아이콘

이일학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도 "희귀질환 치료제는 새로운 의학적 가능성을 열었지만 높은 비용과 제한된 효과 때문에 건강보험으로 누구에게, 어디까지 지원할지를 두고 논쟁이 깊다"며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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