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두 지인과의 만남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한 명은 서학개미, 다른 한 명은 동학개미다. S&P500과 나스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코스피 역시 주요국 가운데 연초 대비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두 친구 모두 별 재미를 보진 못했다. 밈 주식과 테마주의 가격 변동성에 취한 탓이다. 그러나 똑같이 물린 두 사람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한 친구는 미국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으로 가득했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수심이 엿보였다.
동학개미 친구의 걱정이 앞섰던 이유는 코스피 랠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코스피 5000'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상법 개정 등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시장도 쉼 없이 달려왔지만, 최근 들어 코스피는 한 달째 3200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부양과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에 미국으로 발길을 되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제도 개선 하나만으로 '오천피'에 도달하기엔 힘에 부친 모습이다. '박스피'의 오명을 씻어내고 시장에 장기적 우상향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먼저 국가 성장에 새 엔진을 달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레거시 산업을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얼마나 대체하느냐가 각국의 경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T·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의 성장력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AI전환(AX)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테슬라가 서학개미들의 '최애 주식'이 된 건 단순히 전기차를 잘 팔아서가 아니다. 휴머노이드·자율주행·로보택시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이다. 강력한 제조업과 AI의 융합이 핵심인 '피지컬 AI'로의 전환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상법 개정을 비롯한 일련의 제도 개선은 과거 최대주주의 지배권 쪽으로 치우쳐 있던 기업의 거버넌스를 주주권과 균형을 이루도록 맞춰나가는 과정이다. 물론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주주를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회사의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존중하는 기업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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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증시 부양 의지와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이 시장에 안긴 실망감과 충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관되지 못한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정책 효과를 무력화한다. 장기적으로 사회 후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부자=악마'라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최대주주에 이익이 되더라도 소수주주와 공생할 수 있는 제도라면 과감히 개혁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을 증세의 원천으로 삼을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대체할 국민의 자산 형성의 장으로 만들 것인지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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