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가동률 하락에
포스코퓨처엠 1.1조 유증 단행
주가 급락 속 신뢰회복 과제
이차전지 기업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관련 업계에선 "증자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전망은 경험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퓨처엠에 앞서 이차전지 기업인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1조5000억원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유증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쓰이지만 지분을 희석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유증을 단행한 기업들의 결정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이차전지 시장은 수요처인 전기차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설비 투자는 늘었지만 실제 가동과 매출은 이를 밑돈다. 수익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퓨처엠은 2020년까지만 해도 설비가동률이 80~90%에 달했다. 지난해엔 30%대까지 떨어졌다. 1분기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140%에 달하고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사채 등을 포함한 전체 금융부채는 4조원이 넘는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4447억원뿐이다. 결국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속도를 내는 기술 진보를 누구보다 먼저 이뤄내야 한다. 멈춰 서는 것은 곧 시장 탈락을 의미한다.
밸류체인 전반에서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가 동시에 나타난 이차전지 시장에서 이 같은 재무적 압박은 포스코퓨처엠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SDI는 1분기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엘앤에프는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KC, 솔루스첨단소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수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중이다. 고정비가 버티는 동안 시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요원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차입은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부채비율이 200%, 300%에 달하는 소재사들도 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들 회사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한정적이다. 유증은 주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고통이 덜한 자금 조달 방식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유증 발표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회사 주가는 14일 오전 10시 기준 11만2300원이다. 고점 대비 20%에도 못 미친다. 금융감독원 심사라는 관문도 앞두고 있다. 이를 넘고 주주를 설득하려면 확보한 자금을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주 보다 사업 경쟁력과 실적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경영진의 부담이 클 것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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