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있는 대체재로 美中 경쟁 기여 어필
'대미 패키지딜' 한미 간 이해관계 공유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의 칼날을 중국에 겨눌 경우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이 신뢰성을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들을 대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 경쟁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통해 관세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연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전망과 전략적 대응 방안'을 주제로 이런 분석을 내놨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상품인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부품에 대한 한미 보완관계와 한중 대체관계를 따져본 것이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신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관세를 마구 부과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1기 때도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조치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월까지 충분한 조사로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후 보편관세나 표적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선 '트럼프 1기' 시절이던 2018년 미국의 대중 관세가 부과된 뒤 한중 산업군의 대체관계를 분석했다. 반도체 및 관련 부품의 경우 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졌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점차 동조화가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배터리 산업의 경우 트럼프 1기 시절 한국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딜' 정책 이후 중국의 독주가 시작됐다. 한국 제품들이 정체됐다는 결론이다.
신 연구위원은 고대역 메모리(HBM)와 비메모리 반도체인 GPU·CPU의 경우 미국과의 보완관계가 강하고 중국에 대한 대체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을 강조한 트럼프 2기 정책에 맞춰 미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지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터리 분야에선 전기차 배터리에 주목했다. 한중 간 관세 격차가 15% 이상 벌어질 때부터 대체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한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들을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후 관세 예외를 받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의 '패키지딜'에 나서야 한다"며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점을 부각해 전략 산업군에 대해 사전 관세 면제를 받아내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대미 정책 컨트롤타워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민관 통합 협의체를 구성해 미 행정부에 우리 기업과 정부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일된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현지 산업별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 기업들이 여럿 진출한 캘리포니아·조지아·텍사스 등지에서 정교한 아웃리치 활동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내년 예정된 주지사·주의회 선거를 노려 주 단위로 이해관계자를 포섭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1부 기조강연을 맡은 '트럼프 1기' 출신 켈리 앤 쇼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이 미국의 관세 전쟁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경고를 내놨다.
쇼 전 부위원장은 "미국은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이 주요 타깃이 될 테지만, 한국도 '안전지대(off the hook)'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이 구체적으로 지목되진 않았지만, 대미 흑자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한국도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첫해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었다.
쇼 전 부위원장은 '관세 폭탄'이 떨어질 구체적 시점도 지목했다. 그는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실시되는 거라면, 전 세계 교육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정부 조사가 완료되는 4월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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