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위스키 수입량·수입액 전년比 10%·4%↓
스카치·버번 약세…일본·대만 등은 강세
올해 위스키 시장 양극화 전망
지난해 위스키 시장이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수입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공급 과잉이 이어진데다 불경기와 불안한 정국으로 소비침체까지 덮치면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만7441t으로 전년(3만586t)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키 수입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늘어나 2022년 2만t을 넘어섰고, 2023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처음으로 3만t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한 해 만에 뒷걸음치며 2만t대로 감소했다.
수입 금액 면에서도 소폭 축소됐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억4921만달러(약 3630억원)로 2023년(2억5967만달러)과 비교해 4.0% 줄어들었다. 2020년 1억3246만달러(약 1930억원) 수준이던 위스키 수입액은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며 2022년 2억6684만달러(약 3880억원)까지 늘어났다가 하이볼 열풍으로 물량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며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 규모 축소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급격한 성장에 따른 조정 과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위스키 시장은 주 5일제와 주 52시간제 등이 도입되며 근무시간이 축소되고,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유흥 수요가 줄어들며 꾸준히 위축돼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홈술과 혼술이 새로운 주류문화로 떠올랐고, 위스키가 그 선봉에 서면서 반등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에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 하이볼이 대세 음용법으로 떠오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의 수요 증가를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 수입량 기록까지 새로 쓰게 됐다. 다만 수입 규모가 워낙 단기간 내 빠르게 늘어나며 기준점이 높아진 데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외식시장과 유흥시장은 물론 가정시장 내 수요까지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수입 증가 추세도 한 박자 쉬어가게 됐다. 여기에 연말·연초 내란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 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워낙 급격하게 성장한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만큼 수입 규모의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하게 오른 만큼 급격하게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인 수요 자체는 이전보다 분명하게 늘어난 만큼 성장 흐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라며 "업체에 따라 공급 과잉 문제 등이 해소되면 다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스코틀랜드와 미국, 아일랜드 등 전통적인 위스키 생산국의 수입 규모가 모두 축소됐다. 지난해 스코틀랜드를 포함한 영국 위스키의 수입량(2만1659t)과 수입액(2억405만달러)은 전체 수입의 80%가량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지위를 이어갔다. 다만 수입량과 수입액이 각각 12.7%, 3.3% 감소하며 전체 수입 추이와 궤를 같이했다. 버번위스키를 앞세운 미국 위스키도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수입량(3166t)과 수입액(2435만달러)이 전년 대비 각각 13.0%, 11.2% 감소했다.
반면 전체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위스키는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일본 위스키는 수입량이 1337t으로 전년 대비 48.9% 늘었고, 수입액은 929만달러로 1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만 위스키도 수입량(311t)과 수입액(304만달러)이 각각 788.5%, 46.9% 늘었다. 두 나라의 수입 규모 확대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상수로 자리 잡은 하이볼 수요에 대응해 '가쿠빈'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블렌디드 위스키 중심의 성장이 이뤄졌다. 반면 대만 위스키는 사실상 '카발란'이라는 고가의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수입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카발란을 수입하는 골든블루는 제3세계 위스키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카발란 판매량 증가의 주요 동력으로 꼽았다.
위스키를 제외한 기타 증류주의 수입액도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다. 매년 1000만달러 이상 들여오던 브랜디의 지난해 수입액이 863만달러로 전년 대비 21.8% 줄었고, 보드카도 499만달러로 18.3% 감소했다. 이 밖에 진과 럼도 각각 36.9%, 27.0% 줄었다. 반면 중국 고량주 수입액은 1831만달러로 3.4% 증가했다. 이는 다양한 중식 퓨전 외식 업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연태' 등 저가 고량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즐겨 찾는 술로 알려진 '몽지람'을 비롯해 '마오타이'와 '우량예' 등 고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증가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국내 위스키 시장은 고가의 프리미엄 위스키와 저가의 하이볼용 위스키로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위스키 음용 경험이 누적되며 안정적인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양질의 다양한 위스키를 찾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며 "한편에선 위스키 하이볼이 부담 없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며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위스키 시장도 급격한 반등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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