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30만명 보유한 '팀스터스'
"두 후보 모두 파업권 보장 등 약속 안해"
약 13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미국 운수 노조 '팀스터스'(IBT·국제운전사형제단)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0여년간 꾸준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온 팀스터스였지만, 이번 대선에선 최종 지지 후보를 두고 내부 분열이 발생한 탓이다. 전통의 민주당 텃밭을 잃게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팀스터스 집행위원회가 워싱턴DC의 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션 오브라이언 팀스터스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주요 후보 모두 대기업보다 근로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우리에게 하지 못했다"며 "트럼프와 해리스에게 노조의 캠페인이나 사업에 간섭하지 않고, 파업권을 존중한다는 공약을 요구했으나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팀스터스는 1996년 미국 대선에서 중립 선언을 한 이래로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이번 대선 후보들을 두고는 구성원들이 상당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팀스터스가 이날 공개한 자체 여론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등장하기 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36%)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44%)을 지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치러진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각각 60%대 34%, 58%대 31%로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세 현장에서 "팀스터스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항상 자동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그들이 올해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내게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 측 대변인 로렌 히트는 "해리스가 노조를 위해 활동했던 이력 덕분에 이미 전국의 팀스터스 지부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며 "해리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조합원들을 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스터스의 이번 결정은 해리스 부통령에겐 타격이 될 것이란 평가다.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는 노동자의 지지세가 중요한 경합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정치 전략가 스티브 로젠탈은 "이번 선거는 '블루월(파란 장벽·민주당 지지 지역)'에서 소수의 표 차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노조의 중립 선언은 접전 양상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팀스터스 이사회 투표에서는 14명이 중립을, 3명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인원은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또 팀스터스 내 흑인 코커스와 20여곳의 팀스터스 지부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팀스터스 흑인 코커스의 제임스 커빔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지도부가 반(反)노조 후보에 맞서지 않기로 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며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는 비과학적 방법으로 치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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