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전시에 성차별 소송…작가 "오히려 기뻐"
남성 관람객이 "차별금지법 위반했다" 고소
작가 "남성들이 경험하는 '거절'이 작품이다"
호주의 한 박물관이 여성 전용 전시를 개최했다가 한 남성 관람객으로부터 성차별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전시를 기획한 예술가는 “이번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에 있는 모나(MONA·Museum of Old and New Art) 박물관에 차별금지법 위반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고소를 한 사람은 제이슨 라우라는 남성이다.
문제가 된 전시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키르샤 캐첼레가 기획한 전시 ‘레이디스 라운지(Ladies Lounge)’다. 이 전시는 남성 관람객의 입장이 차단되며, 여성 관객은 비용을 지불하면 간단한 다과와 샴페인 등을 즐기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여성임을 밝히지 않은 관람객은 입장이 불가하다.
캐첼레는 수년 전 호주의 한 술집에서 만난 남성으로부터 "여성용 라운지 바에 가면 더 편안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호주 여성들은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 있는 술집에 출입할 수 없었으며, 여성용 라운지 바는 이로 인해 생긴 호주 특유의 문화로 알려졌다.
그러자 라우는 해당 전시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19일 태즈메이니아 민사행정재판소에서 열린 심리에서 “이 전시는 나를 비롯한 남성을 출입 금지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입장을 위해 35호주달러(약 3만원)를 지불했다”며 “입장권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품과 서비스가 공정하게 제공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캐첼레는 “그것이 내가 의도한 이 전시의 정확한 핵심”이라며 “남성들이 경험하는 ‘거절’이 바로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기회가 더 적게 주어졌던 호주 사회에 대한 일종의 ‘미러링’(mirroring)이라는 것이다. 미러링은 차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양쪽을 바꿔서 의도적으로 불편을 느끼게 하는 표현 또는 설득 전략을 뜻한다.
한 달 안에 판결이 나올 예정인 이번 소송의 핵심은 태즈메이니아주 차별금지법 제26조에 대한 해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남성 전용 클럽이나 여성 전용 체육관 등 소외되거나 불리한 집단에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박물관 측 변호인 캐서린 스콧은 “이번 일은 예술이 대화를 통해 기회의 균등을 촉진하고, 특히 과거 여성에 대한 배제를 바로잡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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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캐첼레는 호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법정에서 예술 작품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며 ”작품이 박물관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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