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에 3명 못 데려오면 해고" 러, 공무원 '대선 할당제' 지시
코로나 QR코드로 인원체크
할당인원 투표장 안오면 해고
푸틴 "투표율·지지율 80%" 강조
러시아 정부가 오는 1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3명 이상 가족 및 친지들을 투표장으로 데리고 가도록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5선 도전 선거인 이번 대선 투표율 목표치를 80% 이상으로 잡으면서 정부와 여당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할당제를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할당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인사고과상의 불이익이나 해고 통보 등을 받을 수 있어 불법 선거동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은 3명, 공기업 직원은 2명 이상 무조건 할당"
5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Meduza)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공무원 1인당 3명, 공기업 직원 1인당 2명씩 투표장에 데려가도록 할당제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며 "공무원들은 모두 자신들이 대선 투표 때 데리고 갈 인원들의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하며, 이들을 투표장에 데려가지 못할 경우 인사고과의 불이익이나 해고를 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15일 실시되는 대선 투표일에 러시아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사람들을 데리고 투표장에 가 QR코드로 자신과 할당 인원들이 왔음을 증명해야한다고 메두자는 전했다.
러시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United Russia) 당원의 경우에는 할당 인원이 1인당 10명에 달한다. 메두자는 "대부분의 공무원 간부나 학교 교장, 공기업 관리자들은 의무적으로 통합 러시아당 당원에 가입돼있다"며 "특히 작은 마을의 관리직급 공무원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투표장에 데려와야하는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렇게 할당제까지 실시하는 이유는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두자는 "푸틴 대통령이 정부와 여당에 70~80%의 투표율과 80% 이상의 지지율이 나와야한다고 지시했다"며 "대선 승리는 이미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높은 투표율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투표율은 67.54%를 기록한 바 있다.
러시아 내에서는 이미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퍼졌고, 푸틴 대통령에 대항하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의문사를 당하면서 선거 기피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거 앞두고 러 가계 예금 18% 급증…"매표행위" 비판
러시아 정부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현금 살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미뤄뒀던 우크라이나 참전 군인들의 보상금을 대선을 앞두고 지급해 사실상 매표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러시아 가계의 은행 예금 액수가 전년대비 18%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례적으로 45%나 예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경제활동과 실질임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로 예금이 늘어난 지역들이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 지역의 매우 가난한 지역들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핀란드 중앙은행 신흥경제연구소(BOFIT)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예금액이 급증한 지역은 러시아에서도 빈곤한 지역에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이는 경제활동과 실질임금 증가가 아닌 참전 병사들이 받은 임금과 보상금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인력난이 심한 러시아는 산업발전 둔화 상황이라 예금액 증가를 유발할 요인은 참전소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 점령지에서도 투표 강행…"우크라 대선 방해공작"
러시아 대선을 둘러싼 또다른 논란은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도 러시아 대선을 강행한다는 점이다. 점령지 주민들에게 강제로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고 대선 투표까지 시켜 국제법상 러시아 국민으로 만든다는 발상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상당수 유권자를 러시아에게 빼앗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통신사인 우크린포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대선은 이달 31일로 예정돼있지만, 러시아군이 점령지 주민들에게 강제로 시민권을 발급하고 있으며 대선 투표 참여도 강요하고 있다. 러시아가 대선을 3월15~17일로 잡은 것도 우크라이나 대선보다 앞서기 위한 것이라고 우크린포름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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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들 중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받은 주민들에게만 식량과 의료를 제공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라리사라는 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유럽방송연맹(EBU)에 "러시아 여권 없이는 연금이 나오지 않고 음식도 제공되지 않으며 의료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고 증언해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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