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태국에 압력" 추정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온 러시아 출신 록밴드가 태국에서 러시아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출신 밴드 'Bi-2' 멤버 7명은 태국 휴양지 푸껫에서 허가받지 않고 공연한 혐의로 지난 24일 체포돼, 현재는 방콕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들은 러시아에서 자진 망명했으며, 현재는 해외에서 거주 중이다.
이들은 공연을 마친 뒤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멤버 각각 벌금 3000밧(약 11만원)을 냈으며, 여권을 압수당했다. 그러나 밴드 측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공연은 현지 법과 관례에 맞게 진행됐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Bi-2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 러시아 당국의 행동을 비판해 왔다. 밴드의 리드싱어인 이고르 보르트닉은 온라인상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했으며, 이후 러시아 당국의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명단에 올랐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고 외국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단체 등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한다. 이들은 사실상 스파이로 지목된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Bi-2와 친분이 있는 러시아 야권 정치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호주 라디오 방송에서 '러시아가 멤버들을 자국으로 추방하도록 태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기본적으로 추방된 외국인은 본국으로 가게 되지만, 안전 등 문제가 있다면 제3국으로 향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태국에 강요해 Bi-2 멤버들을 러시아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Bi-2 멤버들의 추방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멤버들이 러시아로 추방되면 반체제 인사로 몰려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태국 정부에 인권 수칙 준수를 요청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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