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2>
식물이 만드는 독은 우리에게 유용한 약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야 당연히 약용식물을 주로 약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서양의학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가 현재 임상에서 쓰는 약의 3분의 2가 천연물(natural products)이거나 천연물로 만들어낸 물질이라고 한다. 이 천연물의 상당수가 식물 또는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쿠마린을 변형해 만든 와파린을 비롯해 버드나무 껍질에서 얻은 살리실산(salicylic acid)으로 만든 아스피린(aspirin), 양귀비꽃에서 추출한 진통제 모르핀(morphine), 푸른곰팡이에서 찾은 항생제 페니실린(penicillin)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약이 이와 같이 천연물에서 기원했다. 물론 약이 된 천연물이 다 독은 아니고, 식물의 독이 다 약이 되는 건 아니지만, 독과 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을 연구하는 독성학(toxicology)이라는 학문 분야가 실은 약을 연구하는 약리학(pharmacology)의 한 분과라고 볼 수도 있다. 독이든 약이든 결국은 우리 몸에 들어가 모종의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생리활성물질(bioactive compounds)이라서 작용하는 방식이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리활성물질은 기본적으로 맛이 쓰다. 우리의 혀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이 생리활성물질을 걸러내기 위해서 쓴맛을 느끼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도 맞고,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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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심지어 이렇듯 쓴맛이 나는 생리활성물질을 기꺼이 찾아 즐기기도 한다. 커피의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물질 모두 곤충을 죽일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커피도 담배도 다 곤충에게 좀 덜 먹히고 살아보려고 독성물질을 만든 건데, 사람은 이 쓴맛 나는 물질의 활성을, 특히 두뇌에 미치는 각성작용을 무척이나 즐기게 된 것이다. 물론 과량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니코틴은 상당히 강력한 독이다. 단지 커피 몇 잔, 담배 몇 개비로는 치사량에 이르지 않기에 누구도 독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박치욱, <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웨일북,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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