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기분이 식욕이 되지 않게<2>
열심히 공부해 힘든 시험에 합격하면 멋진 식당의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고생한 나에게 보상한다. 일하기 싫을 때 과자를 주워 먹으면 일할 마음이 한결 더 생긴다. 열받는 일이 생기면 불닭볶음면이나 엽기떡볶이처럼 매운 음식으로 기분을 푼다. 친구가 애인과 헤어졌다고 하면 함께 소주를 마신다. 배를 채우기보다 감정을 달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음식은 여전히 위로, 보상, 칭찬, 격려, 응원 등의 감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상황과 감정에 따라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느끼는 식욕을 흔히 '가짜 식욕'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가짜 식욕'이라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이 상황에서 불닭볶음면이 얼마나 당기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불닭볶음면을 꼭 먹어야겠다는 이 식욕, 이 느낌은 분명 진짜다. 가짜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강하고 생생하다.
음식을 배고플 때만 먹으며 자란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로 음식을 먹으며 자라고, 그 기억은 모두 뇌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리고 우리 뇌는 배고플 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식욕이 생기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가짜 식욕'도 뇌 신경회로가 만들어내는 참기 힘든 욕구다. 즉, '가짜 식욕'이야말로 진짜 식욕이다.
가짜 식욕이라고 하면 실체가 없다고 여기고 참거나 무시하며 외면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짜 식욕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허기에서 비롯된 진짜 식욕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이 작용한다. 따라서 위장이 텅 비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가짜 식욕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번번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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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무언가를 먹었지만 자꾸만 더 먹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을 돼지 같다고 자책하지 말자. 내가 오늘 먹은 음식, 내가 처한 상황, 나의 기분,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억지로 참거나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유주, <기분이 식욕이 되지 않게>, 북테이블, 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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