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생각 막지 않기" 반성문 작성케 해
벌금 700만원·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초등학생 저학년생에게 이유 없이 소리 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교사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춘천지법 제2형사부(이영진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A씨(44세)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2022년 초등학교 3학년 반을 맡게 된 A씨는 3~6월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4월 A씨는 교탁 부근에 피해 아동 5명을 세워놓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채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 "나중에 커서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발언을 했다.


수업 시간이 돼 다른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온 상황에도 피해 아동들을 교실 뒤로 가서 서 있도록 하고, 복도로 불러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는 발언을 약 1시간가량 반복했다.

또, 다른 아동이 보는 앞에서 피해 아동에게 "야동 봤던 애처럼 행동하지 마라", "정신병자 같다"는 등 9차례에 걸쳐 피해아동들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학생에게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수업 중 질문을 하기 위해 교탁으로 다가오는 학생에게 "나오지 마"라고 소리 지른 뒤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않기, 선생님 말할 때 토 달지 않기, 선생님 생각을 막지 않기'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써오도록 했다.


학생 상담 과정에서 피해 아동에게 "엄마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매일매일 막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내 피해 아동이 울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교육적 목적 내지 생활안전지도를 위해 아동들과 상담한 것"이라며 "강압적 수단 없이 말로 훈계했을 뿐이므로 아동들이 불쾌할 수 있으나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아동들에게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 행위는 아동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서,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D

이어 "피고인은 피해아동들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여전히 피해아동들의 행위만을 탓하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인 것처럼 일관하고 있다"면서도 "초범인 점, 일부 훈육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학대의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