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50만 독자를 모은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의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추억 밥상을 주문해 먹으면 그리운 영혼을 만날 수 있다는 신비한 고양이 식당을 배경으로 한다. 시한부 선고와 프러포즈를 동시에 받은 여성, 20년 은둔형 외톨이의 재기,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콘서트, 사고로 일찍 보낸 아들의 이야기... 추억의 밥상을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마음 속 상처와 과거의 후회가 결국은 삶의 한 과정임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긴다.

[책 한 모금]사별의 아픔…고양이 식당에서 추억밥상을 주문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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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면 몸이 떨려왔다.

무섭다.

죽고 싶지 않다.

도망치고 싶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 죽음은 어디로 가든 따라온다. 1초가 지날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런 괴로움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엄마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p.16


“누가 오기라도 하니?”

나기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양이 식당의 문이 열렸다. 어느새 안개가 자욱해서 밖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에 있는 듯 진한 안개가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 안개 저편에서, 여자가 한 명 나타났다. 뿌옇게 흐려 보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식당을 확인하는 듯이 멈춰 섰다가, 고양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나기는 말문이 막혔다. 묵묵히 바라보는 동안 그림자는 나기의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구나.”

그 순간, 그림자의 얼굴이 보였다. 잘 아는 목소리, 잘 아는 얼굴이었다. - p.57

“나, 잘못한 거 아니죠? 그러길 잘한 거죠? 헤어지는 게 정답이었죠?”

하지만 엄마는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다. 딱 잘라 나기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 잘못 생각한 거야.”

충격이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왜요?”

“왜냐니, 넌 지금 슬프잖니? 사실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

“하, 하지만 나……. 앞으로 5년밖에 살지 못한단 말이에요. 5년 뒤에 죽는다고요. 결혼해도, 금방 죽을 거란 말이야.” - p.60


나기의 남은 수명과 같은 5년.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이다. 자신의 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5년밖에 없었지만,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네가 태어나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5년 뒤에는 죽었는데도요?”

되묻자 엄마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은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이 없어. 네가 없는 50년보다, 함께 보낸 5년 쪽이 더 행복했으니까.” - p.62

“나기…….”

그가 이름을 불러주었다. 심장이 더 크게 뛰고 볼이 달아올랐다. 행복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기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나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도시야와 함께. 이제 포기하지 않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이 잔혹한 세계에서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걸어갈 것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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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 다카하시 유타 지음 |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320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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