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평화는 언제쯤 올 것인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최소 1만825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7일 전쟁이 일어난 이후 부상자는 총 4만9645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전으로 자국군 전사자가 10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을 때는 훈훈한 결말을 기대하기도 했다.

유엔 헌장 99조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협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조항이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안보리를 소집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응책, 외교적 조치, 군사적 개입까지 포함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특히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5개 상임이사국 모두 찬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하지만, 누가 과연 평화를 바라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1971년 방글라데시 국가 수립으로 귀결된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 이후 52년 만에 발동된 유엔 헌장 99조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다. 앞선 10월에도 미국은 일시적 전투중지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 술 더 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의 리셉션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몰아낼 때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임을 재확인해 주기까지 했다.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범죄의 공모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을 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마스가 붕괴하는 것은 중동 지역의 경제·안보 이익 면에서 미국의 불안요소가 완화되는 것이고, 이스라엘과의 중요한 파트너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도 미국은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누구나 전쟁을 멈추고 대화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히' 지지할 것 같다. 하지만, 나라 간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자국 이익 극대화가 최우선인 국제정치 외교무대에서 '당연히'란 없다. 철저한 실리 앞에 인도주의와 합리성, 우호는 쉽게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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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국내정치에서 실수한다면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외교에서 실수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어록을 남겼다. 시시각각 날아드는 전쟁 뉴스는 '외교 실수'의 무게감을 실감케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개월간 보여준 외교는 미일에 치우치고 북·중·러와는 얼어붙은 관계, 578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국빈 대접받기에 치우친 외교였다. 과연 성과가 무엇이었나. 이제라도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보력, 핵심인사와 관계 구축,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계산된 외교 행보로 국익 경쟁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실패에서 배워 앞으로 나아가는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기대한다.

[초동시각]유엔헌장 99조 불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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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콘텐츠매니저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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