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선 다가오니 또 전광훈 그림자"
元 "신앙 간증하러 간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후임 장관이 발표된 후 첫 행선지로 전광훈 목사 중심의 기독교 집회를 택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야권에서는 '장관 임기가 끝나자마자 극우 목사 앞에 달려가다니 부끄럽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연단에 오른 원 장관은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됐다.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며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 장관이 언급한 '딱 한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원 장관이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원 장관과 전 목사가 나란히 선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전 목사는 원 장관이 내려간 뒤 연단에 올라와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아주 쏙 빠지게 하네"라고 극찬했다.
야권에서는 원 장관이 첫 정치 행보로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참석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에도 이른바 '전광훈 리스크'에 휩싸이며 내홍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전 목사 주도 행사에 참여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 등 실언을 해 물의를 빚었고, 결국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민주당은 이번 원 장관의 행보로 보수 진영에서 전 목사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에서 "일국의 장관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이 극우 목사의 앞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스스로 주장했던 전광훈 목사와의 결별은커녕 전광훈 목사 앞에 고개를 숙인 원희룡 장관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불과 3년 전, 전 목사의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자당 전직 의원들을 향해 '박수 소리에 굶주려 계신 분들'이라 일갈했던 사람이 원희룡 장관 아니냐"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다시 전광훈 목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망언을 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버려도 전광훈 목사와는 절대로 결별할 수 없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내가 기독교인인데 이철우 경북지사 측에서 경북 지역 장로 연합회가 모이는 데 와서 간증해달라고 해서 신앙 간증을 하러 간 것"이라며 전 목사와 연관된 행사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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