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연구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
소비재원 희생하며 비금융자산 취득 양상
자산가격 하락하면 금융·경제 안정성 저해할 수도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소득불평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가계부채 대부분이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인데, 이 경우 저소득 가계는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 가계는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수현 전남대학교 교수 등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가계부채 늘수록 고소득자 부동산 취득 기회 커져"…불평등 키우는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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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2004~2021년 중 조사된 한국노동패널 자료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양상을 분석한 결과, 주택가격 상승기인 2018년 이후 신규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목적으로 발생했다. 연구팀은 "2018년 이후에는 주택마련 용도의 신규 가계부채 건수가 1700건 내외로 급증했는데 이는 2018년 이전 1000여건에서 등락하던 모습과 대비된다"며 "전세 같은 임대보증금의 경우에도 2018년 이후 그 이전과 달리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주택마련을 위한 신규대출 건수는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담보대출을 통해 비금융자산을 취득하고 저소득 가계가 보유한 자산의 규모가 고소득 가계에 비해 적은 점을 고려하면, 저소득 가계가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않고 주택을 취득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현행 거시건전성 규제 하에 가계부채는 소득이 높은 가계에 주택에 대한 레버리지 취득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택취득 용도의 가계부채 잔액을 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건수에 따른 액수도 소득에 비례해 늘어남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그 차이가 더 벌어지며, 특히 5분위의 경우 임대보증금을 포함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타 소득분위에 비해 더욱 늘어났다. 이에 반해 소비재원 마련을 위한 부채잔액은 전 기간에 걸쳐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는 소비재원을 위한 대출의 경우 주로 차주의 신용에 기반하며 자산취득을 위한 담보대출에 비해 소액대출로 구성돼있어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 증가는 소비재원 확보보다 오히려 소비비중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의 경우 기존 또는 신규 주담대의 용도가 주로 비금융자산 취득에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특히 필수재보다는 사치재에 가까운 외식비, 사교육비, 차량유지비 등의 식료품비 대비 비율이 감소하는데, 이는 시장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원리금상환 부담 등으로 가계의 소비재원이 충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재 소비재원을 희생하면서까지 비금융자산을 취득해 미래소득·항상소득을 늘리고, 차후 소득불평등도 증가하는 역의 인과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가계부채는 일시적 유동성 제약에 처한 가계의 '소비평탄화'를 위해 활용되고, 그 결과 경제의 총효용까지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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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처한 경제 현실은 다르다. 연구팀은 "가계부채가 소비평탄화와는 무관하게 비금융자산 취득에 적극 활용됨에 따라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이론적인 가계부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과도하게 높은 부채를 유지하는 가계는 자산 가격 하락, 소득 감소, 유동성 축소 등 여러 대내외 부정적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를 감소시켜야 할 수준까지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는 금리 인상 등의 외부충격에 의해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고,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자산 가격 하락이 함께 발생할 경우 디레버리징 압력이 증가하면서 자산 급매로 이어져 자산 가격이 더욱 떨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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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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