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정말 많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조사를 계속해서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최근 경영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 내용을 발표한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의 말이다. 1만5000개 정도의 모집단 가운데 매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현지 사업 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조사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철수하는 탓에 조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사의 취지를 불문하고, 경영 상황이나 업황이 안 좋으면 조사 참여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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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2016년부터 빠르게 악화한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가 어느 때보다 밀착한 최근 들어 더욱 바닥을 치고 있다. 한때 한류 열풍과 제품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에 우후죽순 진출했던 기업들과 이들을 따라 사업을 키웠던 하청업체들은 이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공장 설비 일부를 멈춰 세우거나, 현지 기업 제품으로 일부 생산 라인을 돌리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찮다. 경영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500곳 가운데 12.4%는 5년 이후 사업 철수를 계획 중이다. 현재 중국에 있는 8개 기업 중 한 곳은 5년 뒤 이 시장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은 항상 바뀌고, 민간 기업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흐름을 돌려놓기 어렵다. 사업 불확실성과 현지 기업과의 경쟁,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수요 변화 등 손꼽히는 악재들은 단기간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탈(脫) 중국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진단이다. 한국 정부는 사실상 중국에 몇 개의 기업이 설립돼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빠져나가는 기업의 현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김 지원장 역시 "해외 투자 자료를 살펴보면 새로 들어가는(진출하는) 기업은 아는데, 나가는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점은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지속해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안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공급망’이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내건 박람회가 오는 28일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대거 부스를 차리고 자사가 공급망의 구성원임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한국은 중소기업이 일부 참여할 뿐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모두 참가 업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 대상 참가 신청 기간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4~5월이었다고 한다. 기업들이 눈치를 보느라 신청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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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공급망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중국에 대한 호오(好惡)나 눈치 보기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득실을 철저히 따진 뒤의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텅충=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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