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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샌드라 벤슨 부사장 "건설업계라고 여성성 포기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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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서 30년 근무한 벤슨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성 잃지 않기
"건설업계엔 여성들의 기회가 많다"

샌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 산업전환 부분 부사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샌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 산업전환 부분 부사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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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라고 정해진 복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출근하기도 했어요."


건설회사에서 하이힐을 신는 여자. 아시아경제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샌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PCOR) 산업전환부문 부사장은 자신을 '다른 사람의 말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주최한 '제1회 서울 성평등 담화: 여성과 함께 성장하는 핵심 산업의 미래'에 방문하기 위해 방한했다.

벤슨 부사장이 90년대 후반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건설업계의 여성 직원은 5% 미만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수가 늘어났지만, 미국도 여전히 10.4% 수준에 머문다. 전형적인 '남초 사회'인 건설업계에서 그가 부사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당당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30여년간 건설업계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후 웹사이트 업체인 아마존, 오일·가스 EPC 업체인 켄츠 등을 거쳐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과 엔지니어링 회사 헥사곤에서 책임자의 자리에 오른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의 부사장직을 맡으며 임원직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건축과학연구소(NIBS)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건설 환경 분야 업무를 미국 의회로부터 위임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로 일을 시작했던 벤슨 부사장은 일찍이 현장의 맛에 매료됐다. 고객사를 만나고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기획한 일이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건설 기술 분야로 전문성을 쌓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현장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저는 성격상 누가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건설업계에 가기로 직접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장을 가로막는 건 남성 중심의 업계 문화였다. 주변 동료와 선후배들은 그를 두고 '여자는 오래 못 버틸 거다', '외모가 이 분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뒷담화를 하곤 했다고 한다. 고객사 미팅을 할 때면 남성인 부하직원보다 그를 도넛과 같은 간식이나 가지고 오는 사람으로 여기곤 했다고도 전했다. 그렇지만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제가 계속해서 승진하는 과정에서도 저는 혼자 여성인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혼자 여성이라는 게 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샌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 산업전환 부분 부사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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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은 그가 입었던 옷에서 드러났다. 그는 업계 사람들로부터 '건설업계 종사자' 다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업계에는 현장 비중이 큰 만큼 강인해 보이고 털털해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장 근무를 할 때는 보호장구와 근무 복장을 갖춰 입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있는 힘껏 '입고 싶은 옷'을 입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주류인 산업에서 일한다고 해서 여성성을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모두 자기 표현을 할 필요가 있고, 어디서든 정해진 복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벤슨 부사장은 미국 역시 한국의 상황처럼 여성 임원직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작년 기준 미국 200대 기업 중 여성 등기 임원 비중은 30%를 넘어섰지만, 건설업계는 이보다 더 열악하다. 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이 건설업계에 더 많이 진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관리자급으로 올라가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다. 설령 여성 임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직접적인 운영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부서에 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가 몸담은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는 'ERG(Employees Resource Groups)'라는 이름의 자체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사내 여성 직원들이 온라인상으로 교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 서클'이라는 방법론이 적용됐다. 린인 서클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소규모 그룹을 의미한다. 벤슨 부사장도 ERG의 임원 스폰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설업계 진출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건설업계는 구인난을 겪으면서 인재들을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여전히 여성들이 성공할 수 있는 너무나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과 인식의 문턱만 넘어설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샌드라 벤슨은…

샌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PCOR) 산업전환부문 부사장은 1993년 미국 건축,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관 JD 에드워즈에서 실무 관리자로 근무한 이후 관련 업계인 KPMG, 오라클, 켄츠, 아마존 등을 거쳤다. 지난 2021년부터는 미국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에서 산업전환부문 부사장을 맡아 근무 중이다. 같은 해부터 국립건축과학연구소 이사회 임원과 비아테크닉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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