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몸의 근원을 찾아 무의식과 연결하려는 '안무적 시도'
신작 '몸들의, 사이' 안무가 윤푸름
신체 움직임을 기록으로 정의하는 게 가능한가에서 출발
다름을 확인하고, 다름 공존하게 하는 수평적 협업
윤푸름의 춤은 몸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무용의 기존 방식과 달리 춤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감각하는 새로움, 그리고 그 과정을 추구하는 작업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안무가 어떤 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매개로 그 움직임이 한 번 만들면 사라져버리고 붙잡을 수 없기에 이를 기록하는 스코어 작업에 주목했다.
퍼포머는 로봇이 아니고, 신체는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오늘의 컨디션, 본인의 해석에 따라 스코어는 재현이 아닌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결국 춤은 기록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신작 ‘몸들의, 사이’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내가 기록했던 것들이 등장하지 않거나 몸에서 뭔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움직임들이나 그런 감각들, 평소 보지 않았던 내가 인식하지 않았던 움직임들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그는 “그래서 춤은 기록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어떤 인식을 하느냐에 따라 몸에서 드러나는 감각과 형태, 질감들이 다르게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춤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2008년 ‘길 위의 여자’로 국내외 무용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데뷔한 안무가 윤푸름은 과작의 작가다. ‘존재의 전이’(2012), ‘보다’(2017), ‘사이의 형태’(2019) 등 그는 춤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무엇이며, 안무는 무엇을 다루는 것이 그 본질인지에 대한 궁구(窮究)를 멈추지 않는다. 작품 주제를 설정하고, 지난한 리서치 기간을 거쳐 무용수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긴 시간과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요한다.
그럼에도 그는 무용수가 동등한 권리, 동등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며 참여자의 비판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윤푸름은 “어떤 제도나 시스템이 고착화됐을 때 우리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안무가가 위에 있는 위계적 시스템 속에 어떤 소외된 목소리를 나는 계속 등장시키고 싶었다”며 “생산성, 효율성의 관점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이어서 잃어버리는 것들, 그를 위한 위계를 내려놓을 때 안무가와 무용수, 무용수와 관객 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워낙 오래되고 새로울 것도 없지만 여전히 위계가 공고하기에 회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협업 작업은 안무가와 무용수 간 차이와 다름을 확인하고, 그 다름이 무대와 작품 안에 공존하도록 한다. 안무가 이전의 무용수 시절 스스로를 “좋은 무용수가 아니었다”고 회상한 그는 “질문하면 혼나는 문화 속에서 나는 늘 질문이 많고, 문제의식을 갖고 발언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발언 자체가 튀는 행동이 되고 작업 안에서 보면 소수의 다름에 대한 이야기가 됐던 것 같다. 안무가 입장에서는 좀 피곤한 무용수 아니었을까.(웃음)”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접촉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각을 눈여겨본 윤푸름은 이번 신작 ‘몸들의, 사이’에서 무용수의 몸을 통해 접촉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낸다. 그는 “촉지적인 감각을 수단으로 퍼포머들은 질감과 에너지, 비가시적 언어와 이미지를 전달하게 되는데, 이때 이들의 몸은 관습적인 몸과는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물질’로서의 상태를 드러낸다”며 “안무를 통해 몸의 근원을 찾아 무의식이라는 세계와 연결을 시도하고, 그 경계에서 찾으려는 것들의 시도를 지속해서 탐색하는 작업이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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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되어 있으나 움직이는 것에 가깝고, 움직이고 있으나 이미 지나간 움직임에 가까운 ‘그것’을 붙잡으려는 순간, 퍼포머의 신체를 통해 관객은 그 가능성의 시간을 감각하게 된다. 윤푸름은 이번 무대에서 우리가 생각해온 춤에 대한 통념과 인식을 비껴간 이미지의 등장, 그리고 행위를 통해 어떤 울림과 존재를 제시하게 될까. 관객은 그 움직임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까.
윤푸름 안무가의 신작 '몸들의, 사이'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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