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베테랑의 몸<1>
하다 보면 되는 것이 베테랑이라고 했다. 베테랑들이 하는 말이었다. '하나 보면 늘어난다'는 숙련은 반복과 연습, 시도와 정정으로 완성되는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것이 주·월·연 단위로 이어져 '어느덧 돌아보니 10년을 일했네' '30년이 되었네' 한다. 그 세월 동안 철을 긁는 이의 손톱이 닳듯 몸도 닳는다.
베테랑 안마사는 고객의 몸을 만지면 직업이 유추된다고 했다. "근육만 만져봐도 알아요."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자세로 일을 하는지. 나 또한 자주 듣는 말이 있긴 하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죠?" 목이 다 굳었다고 한 소리 들은 다음에 나오는 말이다. 베테랑 안마사도 연신 오른손 엄지를 주물렀다. "손가락 많이 쓰는 일을 하지요?" 그에게 이리 묻는 사람이 있을까.
몸은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이다. 이른 아침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성실은 성실하게 몸에 새겨진다.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실이 자신과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살린다고 믿지만, 몸에 성실히 새겨진 노동의 기록은 대가를 요구한다.
손가락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어깨, 목, 허리, 골반으로. 그는 통증으로 인해 관절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알게 된다. 통증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는 체형을 만든다. 반복된 행동은 버릇과 습관으로 남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뱃심 든든한 몸통, 짙게 그을린 피부, 딴딴한 장딴지, 표정이 다채로운 얼굴, 짧게 다듬어진 손톱, 갈라진 발바닥, 우렁찬 목청, 청력 낮은 귀는 자신의 것이 된다. 젊은 시절, 아직 노동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몸을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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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에게서 본 것은 어떤 '가짐'들이다. 일을 위해 꾸준히 운동한다는 이도 있고, 일을 위해 등산조차 하지 않는다는 이도 있었다. 놀기 좋아하면 이 일 못한다고 따끔하게 말하는 이도, 일해서 번 돈은 떳떳한 것이니 일할 때 겪는 일에 자존심 상할 것이 없다는 묘한 위로를 건네는 이도 있었다.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었다.
-희정 글, 최형락 사진, <베테랑의 몸>, 한겨레출판,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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