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에 탑재되던 中 LFP 배터리
완성차 가격 경쟁에 보급형까지 확대
韓 기업들 코발트 줄인 NCM으로 대응
美 IRA 시행, 한국산 LFP 기회될 수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테슬라 모델S 가 공개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테슬라 모델S 가 공개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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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참석하는데 규모가 엄청 커져서 놀랬다.” 지난 18일 서울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전지기술심포지엄’ 현장. 이날 ‘하이 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을 넘어선 리튬 리치 층간 산화물 양극’이란 논문을 발표한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이차전지에 대한 대중들의 높아진 관심을 실감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전기화학회 측은 “17~18일 양일간 참석자 수가 750명”이라며 “역대 가장 많은 숫자”라고 전했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배터리 연구자나 업계 종사자들은 마음 한구석에 느끼는 불안감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전기차 구매 시 소비자들이 가격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찾는 완성차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존 LFP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한 제품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급형까지 파고드는 LFP 배터리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자국내 전기차 기업들에 LFP 배터리를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LFP 배터리 양극재의 주원료인 인산과 철은 우리 기업들이 주로 만드는 NCM,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 재료보다도 저렴하다. 중국은 인광석과 철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LFP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하고 안정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니켈의 함량을 끌어올린 하이 니켈(high nickel)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했다. 하이 니켈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지만 LFP 배터리에 비해 다소 불안정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FP 배터리는 저가형 모델에, 보급형 이상 프리미엄 전기차에는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근래에 들어선 이런 전망이 수정되고 있다. LFP 배터리가 보급형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삼원계 배터리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8월17~18일 서울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3 전지기술심포지엄'의 현장 모습. 이틀간 약 750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사진제공:한국전기화학회)

지난 8월17~18일 서울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3 전지기술심포지엄'의 현장 모습. 이틀간 약 750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사진제공:한국전기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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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도 “볼륨(Volume) 급 차량에 LFP(혹은 LMFP, 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와 NCM(혹은 코발트 프리 NCM) 배터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FP 배터리가 저가형뿐 아니라 보급형 전기차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NCM 등 삼원계 배터리와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얘기다.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자국내 시장에 만족하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발 저가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LFP 배터리를 찾는 완성차 기업들이 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모델S, 모델X의 가격을 잇따라 내리며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중국에서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을 최대 7만위안(약 1281만원) 인하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를 출시하며 가격을 2000만원 낮추기도 했다.

테슬라가 쏘아올린 저가 경쟁..中 LFP 존재감 커진다 원본보기 아이콘

포드나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렴한 배터리를 쓰는 것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오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전기차 가격 경쟁 본격화, 변해야 살아남는다’라는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전기차 주행 거리 개선을 위해 에너지 밀도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침 LFP 배터리의 성능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존 LFP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 에너지밀도를 향상한 LMFP 배터리를 내놓고 있다. 중국 CATL이 지난해 4분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M3P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기존 LFP와 유사한 가격에 15~20% 정도 에너지밀도를 개선했다. CATL은 지난 16일 10분 충전에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올해 말 대량 생산에 들어가 내년부터 고객사에 공급된다.


폭스바겐이 최대 주주인 중국의 고션하이테크도 지난 5월 한번 충전에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LMFP 배터리(제품명:L600 아스트로이노)를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LFP 확산, 韓 기업도 기회”

LFP배터리의 확대에 한국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일단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양극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코발트는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비율에 따라 원가의 2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발트는 전 세계 매장량의 60%가 콩고에 집중돼 있으며 콩고에서 채굴 및 정제된 코발트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도 탈코발트화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많은 업체가 코발트프리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LFP 배터리 개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배터리셀 3사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 등 주요 소재 기업들이 모두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의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LFP 배터리가 중국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보현 에코프로비엠 이사는 “전세계 시장에서 LFP 배터리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IRA 시행이 LFP 배터리를 생산할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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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 기업들도 IRA를 우회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난 2월 CATL이 기술 제휴 방식으로 포드와 합작 회사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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