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외로움 속 기댈 곳 없는 자립준비청년
심리적·정서적 어려움 속 삶의 의욕 꺾여
후견인 되고 싶은 어른 있어도 방법 몰라
지난해 여름 10대 자립준비청년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주변 지인도 그중 하나였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퇴소한 청년들이다.
부모가 없거나 사정상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곳을 떠나야 한다.
청년들의 손엔 500만~1500만원의 자립준비금이 쥐어진다. 그나마 지난해 6월부터는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설에 계속 남는 것에 부담을 느껴 신청하지 않는 청년들도 많다고 한다.
돈도 배경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줄 어른도 없는 청년들은 어려서는 설움 받고, 커서는 기댈 곳 없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직면한다.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 "고아라서 끈기가 없다"는 말을 때론 면전에서, 어느 때엔 송곳 같은 시선으로 이들을 후벼 판다.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은 순간순간 삶의 의욕을 꺾기 일쑤다.
애석하게도 지난해 사건 이후에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 대책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좀 더 늘렸다.
5년간 받는 자립수당은 5만원 올라 월 40만원이 됐다. 지자체가 주는 자립정착금도 올랐다. 이런 지원에 자립준비청년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야 빈곤의 경계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다.
경제적 지원이나 후원만큼이나 세상을 사는 지혜도 필요한데 그건 어디 가야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심리적·정서적 어려움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배려가 목마르지만 기댈 곳이 없다.
몇 주 동안이나 신문 기사와 방송을 찾아보던 지인은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기를 내 멘토가 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전문 분야가 있거나 따로 훈련받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경험과 경력이 있기에 세상을 사는 지혜를 알려주고, 좋은 심리적 후원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어 강사 경력이 있는 또 다른 지인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시청과 구청에도 전화했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는 재단에도 연락해봤지만, 경제적 후원만을 안내할 뿐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지원제도가 많아도 당사자가 제도 자체를 모르면 소용이 없다."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낮아서 심리적·정서적 어려움까지 보듬을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민간 후원자를 정부가 보증하고 연결해주면서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서 의지할 곳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후원만큼이나 다른 중요한 것이 많다며 해법을 내놓지만 정작 멘토, 민간 후견인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조차 험난했다고 한다.
해마다 2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나온다. 공무원 한 명이 120명씩 관리하는 게 현실이다. 멘토가 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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