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을 카르텔 매도…현장 모르는 선무당"
윤 대통령 한 마디에 국가 R&D 예산 재배정
부글부글 끓는 연구자들, 18일 토론회서 분출
"애국심으로 밤낮 고생하는 연구자들을 비리집단이나 카르텔로 규정하다니, 현장도 모르는 선무당이 날뛰고 있다."
18일 정부출연연구기관 한 관계자가 전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재배분 지시 후 25개 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들에 후속 조치가 가해지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리집단ㆍ카르텔로 매도당한 연구자들이 분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 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어확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들에게 윤 대통령 지시의 후속 조치로 R&D 예산의 20% 삭감 및 국제협력 사업 신설 계획을 일괄 제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가 각 출연연의 기관 운영비 등 경상비를 0.3%에서 최대 26.7%를 삭감을 통보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의 배경으로 지난해 11월30일 과학기술계 원로들과의 오찬을 지목했다. 당시 오찬에서 R&D 예산의 나눠먹기식 배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이후 올해 초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재부 출신의 주도로 TFT가 구성ㆍ운영됐다. 이 결과가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 및 후속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구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연말 4대 과기원을 교육부로 보내려다가 일부가 반대하니까 '카르텔'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고 들었다"면서 "현장 주체들의 의견 수렴없이 자기들 말 안 들었다고 카르텔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모든 전문 분야가 카르텔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R&D 체계를 개혁할 필요도 있으며 무엇보다 관료 체제가 급선무"라며 "고생하는 연구자들을 문제있는 사람들로 몰아가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국제협력 강화에 대해선 "서로 윈-윈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 보지 않고 단시일 내에 하려다간 사기를 당하는 수가 있다"면서 "현장을 모르는 선무당이 날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한 참가자도 "카르텔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짬짜미를 하는 게 카르텔 아니냐. 연구자들은 기재부가 하라는 데로 다 (예산을) 깎고 있다"며 "돈 몇억의 문제가 아니라 또다시 자존심을 꺾는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참을 수가 없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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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참가자도 연구비 삭감과 윤 대통령의 국제협력 강화 지적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 일단 연구비는 최소한 1년 이상 여유를 줘야 반영을 해서 어떻게 조절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갑자기 이렇게 하면 중요한 연구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협력을 해봤는데 이게 그냥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서로 주고받으려면 어느 정도 상호 신뢰가 구축된 상태여야 가능하다"면서 "갑자기 하라고 하면 기존의 잘 지내던 사람들과 좀 더 협력을 강화하는 정도만 가능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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