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녀 둔 승려의 참회…'작전상 후퇴' 아니기를
"조계종에 출가한 후에 둘째 아이를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출가 후 전처 사이에서 둘째 아이를 낳았다는 의혹을 받은 승려 도연이 17일 관련 의혹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율을 어기고 자식을 가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조계종 승려로서 자식을 둔 것은 첫 번째 과오이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된 언행으로 또 다른 과오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의혹 제기 한 달여 만에 잘못을 인정하긴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관련 혐의가 제기된 직후 도연은 호법부 조사 과정에서 제안받은 유전자 검사를 “전 부인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7일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소속 종단인 조계종에 환속제적원을 제출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싶었으나 지난달 28일 SNS에 “(마음이 어려울 때는) 작전상 후퇴를 해야 한다”고 밝혀 이번 상황을 궁여지책으로 모면하려 한다는 의혹을 일으켰다.
무조건 가난하거나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참선하려면 태고종에 속하면 됐다. 굳이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에 속하면서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불자와 대중을 기만할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태도다. 승려로서 자신의 일탈을 자각했을 테지만 참회보다는 대중 활동에 집중했다. 자서전 출간을 시도했고, 활발한 SNS 활동을 벌였다. 드러난 혐의를 부인했고, 피할 수 없게 되자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수행에 전지하겠다고 했으나 승려 신분을 벗자마자 유료 명상 강의를 개설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도연은 자신을 법사로 칭하며 블로그에 ‘도연의 마음챙김 명상반 개강’이란 글을 올려 유료 명상 수강생을 모집했다. 수강료는 월 15~25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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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종교인을 향한 대중의 불신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런 장본인에게 한 달 자숙은 너무 짧다. 더욱이 마음을 지키지 못해 속세로 밀려난 이가 생업으로 삼은 도구가 마음을 훈련하는 명상이라니. 어불성설이다. 혐의 인정과 공개적인 참회가 이후 돈벌이를 위한 ‘작전상 후퇴’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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