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미통제·제방붕괴·지하특성이 사고 키워
"호우경보 때 선제적으로 지자체가 차단해야"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 시설물이 비가 올 때마다 공포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지하차도와 지하 주차장은 수많은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폭우 시 물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장면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와 지난해 경북 포항시 지하 주차장에 이어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지하차도에서 침수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된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는 17일 오전 10시 기준 누적 사망자 13명이 확인됐다.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이에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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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전 8시40분쯤 미호천교 인근에 임시로 쌓아둔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버스 기사 등 사망자 5명이 발견된 747번 급행버스의 경우 폭우로 노선을 우회해 이 지하차도로 들어왔다가 변을 당했다.

지하차도 진입을 막는 행정당국의 지도나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송 지하차도는 행정안전부가 정한 위험지하차도 3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호우경보 발생 시 통제해야 하는 곳이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해 말, 내년 예산을 보면 해당 지하차도에 사전차단시스템이 계획돼 있었던 것을 보면 이미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주변에 하천 제방 공사가 있었고 미호천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전 차단을 해야 했던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올해 오송지하차도에는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시스템이 설치될 예정이었는데, 설치 이전인 이번 폭우 때는 행정당국이 차량을 통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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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인근 하천의 임시 제방 붕괴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일반적인 침수의 메커니즘은 근방 유역에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유입되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제방이 붕괴가 되면서 강물이 유입된 초유의 상황"이라며 "유역면적과 밀려드는 수량 자체가 여타의 다른 지하차도 침수 사례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창삼 교수는 "이번 재난의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이 임시 제방"이라며 "미호천교의 교량 공사를 위해 제방 쪽을 조금 허물고 거기다가 모래주머니 같은 걸 통해서 임시 제방을 쌓은 것 같은데, 홍수기 전에 임시 제방을 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창삼 교수는 "철저하게 인재라고 볼 수 있다"며 "홍수기 전에 보강공사를 하고 비가 많이 오면 항상 공사장 주변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하는데, 공사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하천공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참사 역시 인근 지천이 범람하면서 생긴 일이다. 시간당 100㎜가량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인근 냉천이 범람했고, 그 물이 지하 주차장으로 빠르게 유입된 것이다. 이에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에 차를 옮기러 나갔던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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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물이 차오르기 쉬운 지하차도의 특성이 사고를 크게 키웠다. 함은구 교수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지하차도여서 일종의 우수구 역할을 하면서 불과 3분 정도면 급격하게 물이 차오르는 조건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시간당 최대 80㎜의 비가 쏟아지면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3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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