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시대]그 남자, 그 여자가 비혼할 수밖에 없는 이유
⑮결혼 하고 싶어도 경제 어려움이 발목
출산·육아 어려운 문화도 결혼 기피 요인
저출산 원인 진단이 우선, 해법 점검해야
결혼제도에 동의하지 않아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하는 이도 있지만, 개인이 처한 상황과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할 수 없거나 꺼리는 이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선 지방직 9급 공무원 남성 A씨 월급명세서가 공개돼 화제에 오른 일이 있다. 월급명세서에 찍힌 A씨 실수령액은 197만원. 총보수액은 271만7000원이지만, 세금 등 70만원가량을 공제하면 실제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크게 준다.
여기에 월세와 전기료 등 공과금과 휴대전화비, 연금저축 등을 빼면 A씨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50만원. A씨는 "맞벌이를 하더라도 녹록지 않을 것이기에 결혼이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A씨의 하소연은 공무원 봉급 인상을 주장하는 맥락에서 나왔지만, 근로소득만으론 결혼하기 어려운 최근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벌어들이는 소득만으론 '내 집 마련' 등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도 이 역시 갚아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및 출산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실적으로 결혼을 어렵게 하는 장벽으로 주거 마련의 어려움(57.0%, 중복응답)과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점(41.4%)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89.6%)은 '우리나라는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이모씨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육아 휴직을 탐탁지 않아 하거나 육아 휴직 자체가 어려운 직장 문화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 일한다.
이씨는 "저는 아기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직할 회사를 고를 때 육아 휴직이 되는 곳, 아기 낳고도 계속 경력이 이어질 직무를 고려하는데 마케팅 광고 관련 회사의 복지제도를 살펴보면 '육아휴직'이란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명절 때마다 온라인을 달구는 가족 관계의 피로감에 관한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씨는 "결혼이란 게 둘이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가족 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까 봐 우려된다. 과거에도 물론 가족과 관련된 문제는 있었겠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왜냐하면 이런 문제 말고도 결혼이 성사되기까지 너무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그 이상의 더 큰 어려움을 감당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큰 희생 강요하는 결혼 문화…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져"
권기둥 작가는 책 <블랙코리아>에서 청년들의 비혼율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와 가족 문화는 혼자 사는 것과 비교해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거비용을 마련하느라 결혼이 늦어진 청년 세대는 결혼을 한 이후에도 자녀 교육비 부담과 정년퇴직 등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다자녀를 계획하기 어렵다고 권 작가는 설명한다.
권 작가는 "결혼과 함께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에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인구가 점차 증가한다"며 "이런 추세는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다자녀 가구 지원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까지 확대하는 등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또 육아와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청년들의 결혼 기피 현상을 막을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혼인 30대 국모씨는 "출산율을 중점으로 한 정책을 내놓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며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싸게 들여오는 것 말고,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우선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국씨는 "동생이 오는 8월에 둘째를 출산할 예정이라 곧 회사를 그만둔다"며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을 걱정 없이 쓸 수 있도록 직장 내 분위기부터 만드는, 눈치 보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권기둥 작가는 수조 원이 투입된 저출산 대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과정의 마지막인 저출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면서 "저출산이 왜 초래되었는지는 뒷전인 채 출산율 자체를 늘리는 데만 매달렸다. 이렇게 해서는 80조가 아니라 800조를 투자하더라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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