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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제동…금감원, SK·유안타·유진·한투증권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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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행 근절 위해 검사 확대
“장기채 수요 흡수, 수익률 제고 효과…투자 손실 보전은 문제”
금융감독원, 5일 오후 증권사 CEO와 간담회 개최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제동…금감원, SK·유안타·유진·한투증권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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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오늘(5일) 오후 3시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증권사 CEO 간담회를 개최한다. 랩·신탁에서 채권 돌려막기로 투자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넘기거나 보전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애초 금감원은 '매수' 일변도의 증권사 리포트 작성 관행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일부 증권사가 채권형 랩·신탁 상품 운용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의 주제에 추가했다.


금감원은 특히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상품의 '돌려막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유안타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 등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한다. KB·하나증권 등에 이은 2차 검사다.

수익률 높이려 만기 짧은 상품에 장기채 편입

랩·신탁 상품의 계약 기간은 통상 3∼6개월로 짧다. 주로 대기업 등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단기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가입한다. 따라서 단기 채권, 기업어음(CP) 등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관행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장기 CP 등을 편입한다. 이렇게 랩·신탁 계좌의 계약 기간과 편입 자산의 잔존 만기가 달라 '만기 불일치 운용'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권사들은 관행적으로 이런 운용을 해왔다. 랩·신탁 계좌가 장기채 수요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고, 수익률도 높일 수 있는 운용 방식 중 하나기 때문이다. 보통 랩·신탁 계좌의 만기가 돌아오면 증권사는 편입 자산을 시장에 매각해 환매대금을 지급한다. 자산 매각이 곤란한 경우 고객과 협의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계약을 해지해 자금을 반환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에는 랩·신탁 계좌의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채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랩·신탁 계좌에 편입된 장기채 평가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기에는 미리 장기물에서 단기물로 갈아타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에 손실 커지자 투자자에 손실 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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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칙대로 편입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손실을 다른 계좌로 넘기거나 보전한 정황이 이번에 드러났다. SK증권은 환매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합의금(보상금) 명목으로 약 100억원의 투자 손실을 투자자에게 보전해줬다.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만기 때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게 되자 증권사의 고유 자금으로 고객 자산을 고가에 매입해줬다.


증권사들은 이런 돌려막기 관행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항변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법인이나 기관에 원금 보전이나 일정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먼저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며 "증권사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요구를 거절할 경우 IB 자문이나 퇴직연금 등 다른 영업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더 이상 불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금 보전을 요구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를 받아주는 증권사가 있다는 의미"라며 "랩·신탁 상품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상품에서 수익을 낸다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판매, 운용, 사후 관리 절차에서 법대로 못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이유를 다 같이 들여다보고 공동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대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맥쿼리투자신탁운용(당시 IGN투신운용)과 7개 채권 중개 증권사가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채권 변동성이 확대되자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이 파킹 거래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줬다. 다른 펀드와 증권사에 손실을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손실 보전 말고 리스크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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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문제 삼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제55조(손실보전 등의 금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여 줄 것을 미리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하여 주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미리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내부통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다. 금감원도 만기 불일치 운용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운용 때 손실을 다른 계좌로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 3개월짜리 계좌에 수익률을 높이려고 1년물을 담았는데 손실이 난 상황"이라며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는 적어도 원칙대로 만기가 돌아오기 전 1년물을 팔고 단기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CEO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랩·신탁 자전거래 문제가 매번 반복됐다"며 "고객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다른 펀드로 물타기, 자의적인 편출입 등의 관행이 이어지다 고유계정으로 손실을 보전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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