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지도층 사이 화해무드
갑작스러운 변화 보긴 어려워
시진핑 주석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손을 맞잡았다. ‘G2’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한풀 꺾이는 것일까. 고래 싸움에 생긴 우리 기업의 상처는 아물 만한 여유가 생겼나. 지금 시점에서 누구도 답할 수는 없지만 낙관적으로 예단하는 건 옳지 않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과거 경쟁이 어땠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18세기 영국은 증기기관을 앞세워 수십년간 팍스 브리타니카를 구가했다. 철도를 깔고 철강을 자유로이 쓰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와 프로이센이 영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대전 후 패권을 쥔 곳은 미국이다. 지난 세기 최고의 공학적 성과로 꼽히는 전력망을 개발하는가 하면 자동차를 대중화하고 화학 기술을 갈고 닦았다. 패권을 쥐는 데 필요한 건 과학, 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이다. 인류 역사에서 우위에 선 집단은 남들이 못 가진 자원을 밑바탕으로 했는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기술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21세기에도 팍스 아메리카나는 이어지고 있다. 1970, 1980년대에도 소련과 일본이 적지 않게 외형을 키운 적이 있는데 미국은 어렵지 않게 이들을 따돌렸다. 때로는 공포 분위기(냉전)를 조성했고 필요하면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무역·금융 질서를 이용해 무릎을 꿇게 했다. 다음 도전자는 중국이다. 달라진 건 상대 기초체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초 상대를 얕봤을 테다. 중국의 커다란 시장을 노리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편입시키는 데 앞장선 곳이 미국이었다. 국제 교역에서 미국이 정한 룰을 따르게 한다면 자신들의 패권 지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아직 승부가 난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자 미국은 가라앉았고 중국은 더 커졌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까지 중국에 노골적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건 지금의 패권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자인하는 모양새다. 중국도 안다. 패권을 앗아오기 위해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규칙을 만들고 상대보다 앞선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걸.
통상(通商)의 영역이었던 반도체나 배터리, 의약품은 미국의 주도 아래 안보 이슈로 다뤄진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나 특정 국가의 몽니로 언제든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기에 최신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이러한 사업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정치 지도자의 의지가 더해졌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고 기업에 국적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졌다지만, 그러한 자본과 기업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정치 지도자는 여전히 한 나라 안에서 국적을 갖고 지지를 얻어야 생명이 부지된다. 정치적 지지와 직결된 일자리를 위해 패권적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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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지도층 사이에 화해무드가 불거졌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로만 보긴 어렵다. 중국 배터리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걸 허락받았고, 미국 자동차산업을 상징하는 포드와 테슬라는 중국 기업과의 밀월이 훨씬 돈독해졌다. 중국 배터리를 쓰는 미국산 전기차는 스리슬쩍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 겉으로는 으르렁대지만 득이 된다면 언제든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서로를 배제하기 위한 치킨게임보다는 적절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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