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선, 예산 확보에 충실한 김예지 연설
찬사 이면에 감춰진 정치권 스스로 자조

[초동시각]대정부 '질문'의 기본을 보여준 김예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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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은 국회의원 한 명이 20분 내외의 시간 동안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 등을 상대로 질문을 하며 정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다.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어 정치인이라면 욕심을 낼 만한 자리지만, 실제 대정부질문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는 크지 않다. 잘 준비해도 내용이 밋밋하면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막말이나 무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개 이 경우 고성 끝에 얼굴을 붉히는 자리로 마무리된다. 박수받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의 김 의원이 27여분간의 대정부질문을 마치자 여야를 떠나 박수가 이어졌고, 일부는 기립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다음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원내대표는 "큰 울림을 줬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 진영 논리로 나뉘었던 정치환경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김 의원은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는 물고기 코이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정부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기회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하며 '물고기 연설', '코이 이야기' 등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대부분 장애인 관련 법률과 예산에 관한 이야기로, 감동을 노렸는지도 의문이다. 대정부질문 말미의 코이 이야기 정도를 제외하면 정서적인 부분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법과 예산의 문제를 담담히 풀어갔기 때문이다.


법과 예산 등에 있어 정부를 설득하려는 의지가 오히려 눈에 띄었다. 장애인 학대 사건과 관련해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되살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규정이 산재한 탓에 실제 경찰 실무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안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 장관은 "반성해야 할 지점", "지도 편달해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총리를 상대로는 장애인 관련 예산에 대한 증액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장애인 권리예산 1조원을 언급하며 "총리께서는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만 아마 10년쯤 후면 굉장히 거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장애인 관련 시설이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김 의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 등으로 언급한 장애인 권리 예산 요구는 사실 지하철 시위 등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총리와 장관 등을 상대로 법 등 제도 개선과 예산의 필요성을 소개한 뒤 노력을 약속받은 것, 사실은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기본에 충실하게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와 예의가 있었다. 중간에 말을 끊지도 않았고, 호통도 없었고, 국무위원 역시 김 의원의 발언을 경청했다.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한 날 정치권은 여야 진영 논리로 나뉘어 한쪽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에 대한 찬사, 옹호에 나서고 다른 한쪽에는 비판에 골몰했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마시느냐 마느냐 문제로 입씨름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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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정치권의 울림은 그동안 마땅히 질문하고 답을 듣는 자리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해 주목을 받았던 정치권 스스로의 자조였을지 모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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