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
정치권 "온정주의, 도덕불감증"
전문가들 "혁신에 찬물 끼얹는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방탄의 덫'에 빠졌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돈봉투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쇄신을 약속했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인사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잇따라 부결되면서 혁신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민주당은 전날 이뤄진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 과정에서 한동훈 장관의 발언이 부결의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범죄집단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소에 민주당만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 그런 피해의식에다가 검사장 출신, 사냥터, 사냥감 이런 것들이 쫙 깔린 상태에서 불을 확 당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한 장관은 국회 표결 직전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된다"며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는 발언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봤을 때는 다소 계산된 발언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한 장관이 우리 의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라며 "윤 의원의 경우 가결로 가닥히 잡혔었는데 그 발언에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 등 압박이 너무 과도하다"라며 "'방탄하라고 하면 하라지'라며 역작용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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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파상공세를 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온정주의가 팽배하고, 그로 인해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이 만연하면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그런 것에 따른 체포동의안 부결이 모든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날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돈 봉투 비리 정치에 제 식구 감싸기 방탄 정치까지 더했다"라며 "여전히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 앞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한 장관의 '도발'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방탄 프레임이 공고해졌다고 분석한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했는데 부정부패와 비리, 돈 문제와 관련해서 보호하는 방탄정당이 됐다. '저런 나쁜 정당은 선택해주지 말자'라는 프레임에 딱걸렸다"고 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한동훈식의 깐죽거림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부결을 찍었다면 민주당은 더 참담한 당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달 KBS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되는데 한동훈 장관에 대한 사적 감정으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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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민주당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 '진보의 기득권화'가 가장 큰 요인이었는데, 그 문제가 변할 조짐이 없다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 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헤매고 있는 것도 상당한 근거를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총선과 관련해 "중도층의 경우 혐오감이 아주 극에 달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양당 모두 중도층의 경우 선거에 임박해서 잡아도 늦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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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민주당이 한 장관의 도발에 걸려든 것"이라며 "분노를 유발시킨 데 대해 발끈하면서 국민의 정서와는 거꾸로 가는 행태를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 와중에 혁신위원회를 띄워서 혁신하겠다고 하는 당 지도부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이 대표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이 결국 방탄, 제 식구 감싸기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는 대목"이라고 질타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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