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쉴 틈없이 긴축을 이어온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주 금리를 동결하며 '첫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내려앉은 것이다. 다만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오히려 더 높아져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확인시켰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1%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수준으로 미국의 물가가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한 2021년5월 이후 최저치다. 당시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였다.

경제주체들의 미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각종 제품 및 서비스 가격 결정, 임금 인상 요구 등에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주요 경제지표로 손꼽힌다. 품목별로는 식료품, 주거비, 의료비 등의 물가 압박이 누그러들면서 전체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반면 집값 전망치는 4개월 연속 올라갔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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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조사는 금리 동결이 유력시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목전에 두고 공개돼 눈길을 끈다. Fed는 오는 13~14일 FOMC에서 금리 결정을 건너뛰고 7월 인상을 예고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에 나설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누적된 긴축 정책의 여파를 확인하기 위해 그간 10연속 금리 인상에 쉼표를 찍을 타이밍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직전인 13일에는 Fed가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 중 하나인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5월 CPI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4.0% 올라 4월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FOMC를 앞두고 5월 CP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Fed가 동결 대신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이날 공개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누적된 긴축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Fed가 이번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5% 이상 반영 중이다. 이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미 소비자들은 1년 후 재정상태에 대해 더 많은 불안을 표했다. 1년 후 소득 증가율은 2.8%에 그쳐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3%)보다 내려갔다. 지금보다 1년 후 재정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도 줄었다. 또한 더 많은 소비자들은 Fed의 긴축 등으로 인해 신용여건이 더 엄격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언론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Fed의 행보로 단기 인플레이션 우려는 낮아지고, 신용 경색 우려는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1년 후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응답은 10.9%로 전월 대비 1.3% 내려갔다.


다만 단기 인플레이션과 달리 중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오히려 더 높아져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2.9%에서 3%,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2.6%에서 2.7%로 각각 0.1%포인트씩 올랐다. 이는 3년 후는 물론, 5년 후에도 물가안정 목표(2%) 달성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선 Fed의 싸움이 쉽지 않음을 또 한번 시사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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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가 전문가들은 서비스 부문 등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끈적(sticky)하다"며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정확히 예측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 포럼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태임을 지적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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