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쿵이지'구나" 루쉰 걸작으로 자조하는 中청년들
1919년 발표한 루쉰 단편 소설
청 말기 몰락한 지식인 삶 다뤄
실업률 20% 청년들 사이 인기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1세기 전 소설인 '쿵이지' 열풍이 불고 있다. 쿵이지는 중국 근대 소설의 거장 루쉰이 1919년 발표한 단편 소설로, 청나라 말기 몰락한 지식인의 삶을 처연히 그린 작품이다. 중국의 취업준비생들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경쟁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쿵이지에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BBC는 최근 중국 청년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밈(meme·문화적 현상)인 '쿵이지 문학'을 조명했다. 쿵이지는 1919년 루쉰이 발표한 단편 소설로, 청나라 말기 지식인 쿵이지가 과거 급제에 번번이 떨어진 뒤 주점을 오가는 모습을 그렸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단편 소설 '쿵이지'의 주인공 쿵이지는 밥벌이도 못 하면서 지식인으로서의 체면치레만 중시하는 허세 가득한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은 밈으로 활용되고 있는 '쿵이지' 이미지. [이미지출처=중국 SNS 빌리비리]
현재 중국 청년들은 쿵이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싼 등록금을 치르고 대학을 졸업했으나, 일자리가 없어 전부 청년 실업자로 전락한 신세라는 것이다.
24세의 중국인 의학대학원생인 안씨는 BBC에 "우리 세대에는 기대가 없다"라며 "나는 쿵이지나 다름없다"라고 자조했다. 안씨는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지만, 현재 중국 취업 시장에서는 석·박사 학위 보유자도 가혹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16~24세 인구 중 5분의 1은 실업자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쿵이지 밈'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다. BBC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동영상, 회화, 심지어 랩 가사 등에서도 '쿵이지 문학'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청년들은 정부 및 당국 관계자들의 '위선적인 반응'도 쿵이지 밈 확산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관영 중앙(CC)TV는 논평을 통해 "쿵이지가 곤경에 빠진 이유는 학식 때문이 아니라 지식인의 체면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으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일거리를 찾아 나서라는 훈계였지만, 이를 접한 청년들은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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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분노한 젊은이들은 교육과 직업의 미스매치, 실업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부족, 사회적 이동성을 위한 선택권 축소 등을 지적하는 댓글로 대신 답했다"라며 "일각에서는 CCTV의 논평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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