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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시간제 근로 원하는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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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얼마 전 뉴욕 맨해튼의 한 카페에서의 일이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간단한 신상 체크에 이어 직접 만들 수 있는 음료, 다뤄본 커피 머신의 종류까지 거론됐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해당 카페에서 근무할 직원을 뽑기 위한 인터뷰 자리였다. 약 10분간 인터뷰를 마친 젊은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이 곧바로 같은 자리에 앉아 비슷한 답변을 이어갔다. 몇 년 전까지 작은 기업에서 일했다는 이 여성은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온 뒤 오후 시간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파트타임(Part-time work)'으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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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의 노동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파트타임, 즉 시간제 근무를 원하는 미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치솟은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가계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즉 '경제적 이유'로 시간제 근무에 나선 이들도 많을 터다. 하지만 지표상으로 분명하게 뚜렷하게 확인되는 특이점은 자발적, 가족 또는 개인적 이유로 시간제 근무를 택한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는 이를 '비경제적 이유'라는 단어로 구분하고 있다.


이달 초 공개된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경제적인 이유, 즉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한다고 답변한 미국인의 수는 2180만명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 늘어난 규모다.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의 수는 정규직을 원하면서도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람의 6배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이 비율은 3 대1~5대1 수준이었으나, 최근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현지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하는 배경으로 팬데믹 이후 일에 대한 인식 변화,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시장 등을 언급한다.


포브스는 팬데믹 이후 번아웃, 육아와 돌봄으로 지친 사람들 등이 기업 내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가트너가 2021년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생활을 재평가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타임 역시 시간제 노동력을 연구하는 펜스테이트 애빙턴의 경제학자 로니 골든 등을 인용해 사람들이 여가생활, 친구 또는 가족과의 시간을 통해 행복함을 느끼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1년 이상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노동시장은 이들 구직자가 자신이 원하는 근로조건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구인 건수 배율은 1.8건에 달한다. 이는 실업자 1명당 빈 일자리가 1.8개나 있다는 뜻이다. 구인난 속에 이직, 취업이 쉬워진 것은 물론, 임금도 뛰어올랐다. 구직자들로선 근무 유연성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무보험 등 시간제 근무의 오랜 단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업들에도 변화가 읽힌다. 피프스서드 커머셜 뱅크의 제프리 코제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주들 역시 과거처럼 풍부한 노동력이 지속해서 공급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풀타임 대신 시간제라는 옵션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쩌면 이는 일자리가 남아도는 미국이기에만 가능한 풍경일 수도 있겠다. 다만 팬데믹 이후 일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한국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근로 체계의 변화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무게를 두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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